10년간 군대 안 가더니 “어학연수 가겠다”···병무청 불허, 법원 판단은

2024.09.16 09:00 입력 2024.09.16 09:09 수정

군인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DB

군인 관련 일러스트. 경향신문 DB

10년간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고 재병역판정 검사도 받지 않은 예비 사회복무요원이 소집대기 상태에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낸 국외여행 허가신청을 병무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법원이 “적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기본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고은설)는 최근 A씨(31)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 허가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013년 현역병 입영 대상자 처분을 받았던 A씨는 2017년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다음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에는 재병역판정 검사 통지서를 받았는데, A씨는 이때도 합당한 이유 없이 검사를 받지 않아 2021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병역법에 따르면 1년 이상의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가 된다. A씨는 지난해 사회복무요원 소집대기 상태에서 “어학연수를 가겠다”며 서울지방병무청에 국외여행 허가 신청서를 냈다.

서울지방병무청은 A씨의 국외여행을 허가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재병역판정 검사나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이 25세 이상인 보충역으로 소집되지 않은 경우에는 국외여행 허가를 해선 안 된다’는 병역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A씨는 “유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불허가 처분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학문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의 침해가 더 크므로 위법하다”며 서울지방병무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지방병무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남성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병역의무의 부과와 이행 과정에서 병역의무자의 기본권이 중대하게 제한되는 점을 고려할 때 병역의무자 사이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A씨의 국외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가 사실상 제한되기는 한다”면서도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이르게 된 동기나 목적, 경위 등을 고려해 볼 때 A씨의 거주·이전의 자유 및 학문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는 병역의무를 다하지 않아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병역을 마친 사람과의 형평을 고려했을 때 일정 수준의 기본권 제한이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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