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이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대 증원 등의 여파로 2025학년도 수능에 ‘n수생’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수능으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검정고시 출신 응시자도 30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1일 2025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올해 수능 지원자는 52만267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8082명(3.6%)늘었다고 발표했다. 재학생이 34만777명(65.2%), 졸업생이 16만1784명(31%), 검정고시 등 출신이 2만109명(3.8%)으로 각각 집계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n수생’으로 볼 수 있는 졸업생 응시자의 증가다. 졸업생 응시자는 2004학년도 졸업생 응사자 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수시보다 정시를 노리는 검정고시 등 고교 학력 인정자의 수능 응시 인원도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검정고시 등의 응시자는 1995학년도 수능에서 4만2297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내려가 1만2000~1만5000명 선을 유지하다 올해 2만명을 넘겼다.
‘사탐런’으로 불리는 고교 이과생들의 사회탐구영역 응시 지원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수능 탐구영역에서 ‘과탐+사탐’을 지원한 응시자는 5만2195명으로 탐구 영역 응시자의 10.3%다. 지난해 ‘과탐+사탐’ 지원자는 1만9188명이었고 비중은 4%와 비교해 큰폭 늘었다. 반면 지난해 탐구영역에서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은 47.8%(23만2966명)이었는데 올해 37.9%(19만1034명)로 떨어졌다.
이는 의대 증원, 모집 자격 변화 등에 따른 수험생들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의대 증원 등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대학 입시 변동성이 커졌다. ‘사탐런’은 올해 주요 대학에서 자연계열 지원시 과학탐구를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한다는 조건을 폐지한 데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사탐이 과탐보다 공부량 등에서 부담이 적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올해 대입이 많은 이들을 수능으로 빨아들일 것이라는 지적은 이어져왔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학 진학을 위해 고교를 이탈하는 검정고시 응시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반수생의 공통점은 교육체제에서의 이탈”이라며 “이같은 수험생이 늘어나는 것은 공교육 체제를 흔드는 한 요인”이라고 했다.
평가원은 최근 논란이 된 연령대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를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수험생의 부모들이 자녀의 탐구영역 표준점수를 높이기 위해 수능 응시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학부모들이 점수를 낮게 받으면, 일부 상위권 수험생들의 표준점수가 올라갈 수 있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한 결과 표준점수에 영향을 미칠 만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학부모 연령대의) 응시자가 들어오진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시작된 대입 수시모집에서 의대 경쟁률은 6.62 대 1에 이르렀다. 진학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수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전국 37개 의대 수시에 1만9324명이 지원했다. 37개 대학의 의대 수시 모집 인원은 2918명으로, 경쟁률은 6.62 대 1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