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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승소 판결’ 그 후

최소 4쌍 피부양자 취득 “안전망 확보”…신청 독려 이어져

국민연금·신혼부부 주택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 확장 기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부부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등록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기 시작했다. ‘동성부부를 사실혼 관계로 인정한다’는 사법부의 결정이 행정 영역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보험을 시작으로 제도 내로 편입되는 동성부부가 늘어나면 주거 지원사업이나 의료 시스템, 각종 세제 혜택과 복지 정책 등에서도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동성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7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태형 기자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동성부부 김용민·소성욱씨가 7월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태형 기자

6일 경향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동성부부는 소성욱·김용민씨 부부를 포함해 최소 4쌍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이 지난 7월 소·김씨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지 70여일 만이다.

이날 건보공단 관계자는 동성부부의 피부양자 자격 등록 및 및 처리시한이 이성 사실혼 부부와 같냐는 질문에 “같다”고 답했다.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받은 동성부부들이 건보공단에 제출한 서류는 피부양자 자격 취득 신고서·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당사자의 가족관계증명서·사실혼 공증자료로 기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부부와 같았다.

동성부부들은 건보공단의 결정을 환영했다. 이번 결정으로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등록한 윤모씨(43)는 “내가 배우자의 ‘처(妻)’로 (서류에) 나오게 돼 가족에게도 자랑했다”며 “우리 관계를 국가가 인정했다고 느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한 오승재씨(25)도 “생일날 결과가 나와 더 감격스러웠다”며 “사실혼 관계 보증인들에게 가장 먼저 사실을 알렸는데,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됐다”는 것을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의미로 받아들였다. 배우자가 아플 때 병원마다 보호자 자격을 달리 판단했는데, 보호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처음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다. 윤씨는 “배우자의 보호자가 되는 것을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권리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씨는 “앞으로 단기적으로는 다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차별이 없어질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법률혼도 멀지 않게 됐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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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뒤를 이어 피부양자 자격 등록을 신청하겠다는 다른 동성부부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건보 서류 준비를 이제 시작했다” “오늘 피부양자 등록을 완료했다. 자격이 되면 피부양자로 등록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성소수자 인권운동 활동가들도 동성부부가 처음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호림 모두의결혼 활동가는 이날 “대법원 판결 취지 자체가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 사실혼 배우자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것”이라며 “누려야 할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산 동성부부에 대해 최초로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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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통계에 동성부부가 공식 집계되는 점도 큰 변화로 평가된다.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건보공단 결정으로 동성 커플이 공식 통계에서 드러나게 됐다”며 “이들의 존재를 가시화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변호사는 “동성커플 수가 가시적으로 보이게 되면 이들의 고용상태나 경제 상황 등 차별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해 의미가 있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회보장 제도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한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국민연금·세금·신혼부부 주택 등 부부라고 인정됐을 때 누릴 수 있는 여러 제도가 있다”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법적 논리는 다른 제도 적용에서도 달리 적용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실제 기업의 가족수당 등도 동성혼 부부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han.kr · 배시은 기자 sieunb@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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