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키높이 수술’… 뼈 안 자라 목발신세, 발목 돌아가 재수술

2013.08.30 00:00 입력 2013.08.30 19:20 수정

사지연장술 피해 사례

“13㎝까지 키 키울 수 있다” 과학적 근거 없이 광고

“병원들, 부작용 설명 없이 돈벌이에만 열중” 비난

지난 9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 기자가 초인종을 누르자 안에서 “잠깐만요” 하는 외침이 들렸다. 30대 주부 한미영씨(가명)는 3분이 지나서야 간신히 문고리를 돌렸다. 한씨는 혼자 힘으로는 현관문을 열 수 없어 보였다. 10㎝ 정도의 문틈 사이로 보인 한씨는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낀 채 한 손으로 힘겹게 문을 버티고 서 있었다. 오른쪽 무릎부터 발목까지는 금속으로 돼 무거워 보이는 외고정장치를 차고 있었다.

“집으로 오라고 해서 미안해요. 밖으로 나가 주민들 보는 게 무서워서….”

한씨는 지난해 초 종아리 뼈의 길이를 늘리는 수술을 받았다. 흔히 ‘키수술’로 불리는 팔다리의 길이를 늘려주는 ‘사지연장술’의 하나다. ‘오다리(휜다리)’와 작은 키 때문에 고민했던 한씨는 상담을 받다 휜다리 교정 수술과 사지연장술의 방식이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둘 다 뼈를 자른 뒤 뼈의 재생능력을 활용한 수술이다. 한씨는 평생의 콤플렉스였던 작은 키를 극복하기로 마음먹었다.

키수술 후 휘어진 다리. | 분당차병원 제공

키수술 후 휘어진 다리. | 분당차병원 제공

주변에는 휜다리 교정 수술을 받는다고 알렸다. 병원비가 수천만원대인데 키가 커지기 위해 수술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회복 기간 중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집안일도, 병원에 가는 일도 혼자 할 수 없다. 6개월이면 걸을 수 있다는 ㄱ정형외과 측의 말에 한씨는 희망을 걸었다. 한씨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나처럼 수술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잘 나서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한씨는 스스로 걸을 수 없다. 동네 주민들이 계속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자신을 보고 수군거리는 것 같아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한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종합병원의 진단이다.

회복이 되지 않자 한씨는 수술을 받았던 ㄱ정형외과를 여러 번 찾았다. ㄱ정형외과는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오히려 한씨를 나무랐다. 다른 종합병원을 찾은 한씨는 발목 연골이 모두 손상돼 ‘외상 후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장애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종합병원 의사는 29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연골에 직접 핀을 박았기 때문에 관절염이 온 것으로 거의 회복 불능 상태”라며 “정형외과 전문의라면 할 수 없는 실수”라고 말했다.

키수술 후 발생한 발목 변형(왼쪽 사진). 키수술 후 뼈가 자라지 않은 다리뼈(오른쪽 사진).

키수술 후 발생한 발목 변형(왼쪽 사진). 키수술 후 뼈가 자라지 않은 다리뼈(오른쪽 사진).

한씨는 “ㄱ정형외과에서 비슷한 시기에 (사지연장)수술을 받았던 6명 중 5명이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정도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없었다. 수술을 권하기만 할 뿐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이런 부작용을 겪으니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뼈 길이의 20% 이상은 늘리지 않는 것이 정설이다. 환자들의 대략적인 평균 키를 고려하면 5~7㎝ 정도가 늘릴 수 있는 최대 길이다. 하지만 일부 개인병원에서는 1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지난 28일 경향신문 기자가 ㄱ정형외과에 상담을 하자 병원 관계자는 “최대 13㎝까지 가능하다”며 “허벅지와 종아리를 각각 수술해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선수로 활동하다 수술 부작용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택시운전을 하며 병원과 법정 싸움 중인 한 30대 남성은 “수술을 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통증 때문에 약을 먹고 잠드는 날이 많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며 “한 번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을 하면서도, 돈만 좇아 무차별적으로 수술하는 일부 개인병원 의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위험천만 ‘키높이 수술’… 뼈 안 자라 목발신세, 발목 돌아가 재수술

강남의 ㄴ정형외과에서 5년 전 수술을 받고 다리의 축이 돌아가는 후유증 탓에 현재까지 치료 중인 40대 주부는 “수술을 하고 나서 육안으로 봐도 다리가 이상하지만 의사는 ‘금방 회복된다.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종합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심각한 상태라고 말해 놀랐다”고 했다. ㄱ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고 발목이 돌아간 부작용으로 치료 중인 심현준씨(가명·36)는 “1000명이 넘는 환자를 수술했다고 들어 그 병원을 믿었는데 결국 부작용도 인정하지 않아 다른 대학병원에서 수술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며 “평생 열등감을 느끼게 했던 작은 키를 극복하려고 수술했는데 이렇게 장기간 부작용으로 고생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심씨는 현재 소송을 준비 중이다.

ㄱ정형외과 관계자는 “5% 확률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를 줄여나가려 하고 있다”며 “수술 후에 발생하는 합병증도 어느 시점에서 확실한 부작용으로 판단할 수 없고, 점차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작은 키가 콤플렉스인 한 청년의 부모가 미리 찾아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해달라고 했고, 그렇게 했더니 그 청년이 얼마 후 자살을 했다”며 “수요와 강렬한 욕구가 있는 상황에서 이 수술을 성형 목적으로 무조건 받지 말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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