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비상

돌봄노동자 잇단 ‘환자 감염’…“마스크라도 지원해주세요”

2020.03.15 22:26 입력 2020.03.15 22:27 수정

확진 노인 한 명 돌보던 요양보호사 2명 감염된 경우도

감염병 취약층과 밀착 접촉…‘사회적 거리두기’ 불가능

79%가 “재가 방문 때 마스크·손소독제 지원 못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 21번 확진자 ㄱ씨(79·여)를 돌보던 재가요양보호사 2명이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돌봄노동자들의 감염 위험이 현실화됐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안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ㄱ씨는 1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ㄱ씨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돌보던 재가요양보호사 두 명도 같은 날 검사를 받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도봉구에 따르면 창5동 산후조리원에서 요리사로 일하던 ㄴ씨(60대·여)는 지난 9일 ㄱ씨 자택을 방문해 간병했다. 중랑구 신규 확진자인 ㄷ씨(68·여)도 ㄱ씨를 돌보던 재가요양보호사다. ㄷ씨는 지난 9~11일 오후 ㄱ씨 집에 방문했다. 요양보호사는 시간제로 쓰는 경우가 많아 여러 보호사가 한 환자를 돌보기도 한다. ㄱ씨는 휘경동 세븐PC방에서 감염된 54세 남성의 어머니다.

청도 대남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임모씨(77)는 지난 13일 사망했다. 임씨는 청도 대남병원에 첫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정신병원에 있던 환자 신모씨(55·사망)를 지난달 15일부터 6일간 돌봤다. 신씨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고 그날 숨졌다. 그는 국내 두번째 코로나19 사망자다.

임씨도 지난달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환자가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돌보다 감염된 것이다. 임씨는 증상이 악화돼 지난달 25일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

돌봄노동자들은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 등과의 밀착 접촉이 불가피하다.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충분히 지원받지도 못한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4~9일 전국의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돌봄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2%가 재가 방문 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돌봄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우려해왔다.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코로나19로 힘든 요양보호사들을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본인을 10년차 재가요양보호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사망 위험이 높고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우리 요양보호사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인데 기관은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국가에서 최소한 마스크와 손소독제만이라도 지급해달라. 어르신들과 저희 건강을 잘 지켜 돌봄 현장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지난 5일 ‘요양보호사와 간병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 돌봄노동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배달대행업체 등 특수고용형태근로자, 택시·버스 등 운수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마스크 지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요양보호사, 간병사 등 돌봄노동자는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의료연대본부는 “만약 돌봄노동자가 감염된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에게까지 쉽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며 “정부는 하루빨리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돌봄노동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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