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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모든 의료기관서 노숙인 치료”…전담병원 제도 폐지 검토

2020.12.09 06:00

코로나19 병상 부족 방지책에 반발 이어지자 개선안 마련

시민단체 “공공병원 제 기능 못한 게 문제…근본 대안 안 돼”

서울시가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병상 부족을 막기 위해 대다수 공공병원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이후 시민단체의 취약계층 의료공백 지적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시민단체는 노숙인 등의 치료를 일부 공공병원으로 제한한 탓에 의료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지정 의료기관 확대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노숙인 등의 진료를 맡아온 공공병원조차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노숙인 전담 의료시설 지정 폐지를 담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선안을 지난 4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노숙인 전담병원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진료공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1·2차 의료급여기관에 노숙인 진료시설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을 폐지하고, 별도의 지정 절차 없이 모든 의료기관(의료급여기관)에서 노숙인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는 안을 복지부에 건의했다. 서울시가 노숙인 의료기관 지정 폐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그러나 이미 노숙인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공공병원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김창엽 시민건강연구소 이사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문제는 노숙인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있는 기존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제 기능을 회복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노숙인 진료에 필요한 인력·경영·재정 지원을 충분히 해준다면 노숙인 진료시설 부족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2019년 기준 서울시 전담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노숙인은 4만2850명이다. 1명이 여러 차례 진료를 받은 경우까지 포함한 수치다. 서울에는 1월 기준 국공립병원 10개, 일반 병·의원 1개 등 11개 1·2차 노숙인 전담 진료시설이 지정돼 있다. 정신과 진료병원을 제외하면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은평병원, 서북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 6개 병원이 노숙인 전담병원이다. 그러나 이들 병원 중 노숙인 전담병원으로 기능해온 것은 동부병원이 거의 유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산하에 여러 전담병원이 있지만 유·무형의 진료 기피가 있다보니 동부병원만 노숙인 진료 전담병원인 것처럼 쏠림 현상이 있었다”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서울시 건의를 포함해 권역별 공공병원 노숙인 의무 의료시설 지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숙인의 과잉진료 의뢰,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일반 환자들의 노숙인 진료병원 기피 현상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소하면서 노숙인들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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