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신규 간호사 ‘태움’ 의혹…“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

2021.11.22 11:14 입력 2021.11.22 15:12 수정

유족 “선배 간호사들 괴롭힘·모욕

과다한 업무에 식사도 제 때 못해”

간호사 단체 “구조적 타살” 비판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제공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제공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 간호사가 ‘태움’(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 보건의료단체들이 “간호노동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22일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간호 인력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환자를 담당할 수 있었더라면, 간호사들이 서로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퇴직유예기간은 60일’이라는 엄포 대신 부서이동 또는 사직처리 등 적절한 조치가 있었더라면 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8년과 2019년 태움에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박선욱·서지윤 간호사를 언급하며 “과거의 죽음과 너무나 닮은 오늘의 죽음을 보며 우리의 참담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에서 “인력부족, 태움과 갑질문화, 병원 내 노동자들에 대한 을지재단의 전근대적 인식과 처우 등이 결합된 총체적 결과로서 병원측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의정부 을지대병원 간호사 A씨(23)는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3월부터 근무한 9개월차 신규 간호사였다. 유족은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배 간호사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A씨가 작성한 차트를 던지는 등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상사에게 ‘다음 달부터 그만두는 거는 가능한가요’라고 메시지를 보냈으나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대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등급은 최상인 1등급이지만 실제 환자를 보는 간호사는 턱없이 부족했다. 간호사회는 “고인은 평소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일부 선배 간호사의 모욕과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간호사회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꾀하는 병원경영 방침 속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자책감은 신규간호사의 몫이었고, 과도한 업무량을 감당하며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은 선임간호사의 몫이었다”며 “업무수행능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조직문화는 자연스러웠고, 또한 병원의 안일한 대응은 신규 간호사에게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아수라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간호사회는 “결국 고인의 마지막 선택은 신규간호사를 둘러싼 작금의 간호노동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타살”이라고 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지난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 사망 이틀 뒤 구성한 내부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보건의료단체들은 병원 측의 제대로 된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조치, 인력 확충과 정부·국회의 간호사 노동 관련 법제도 개선, 예산 확충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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