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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 2명 중 1명, 코로나 확진…전체 인구 확진율보다 10%p ↑

2022.05.15 16:59 입력 2022.05.20 16:55 수정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지난해 1월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인 신아재활원에 대한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 정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는 전날 신아원 탈시설 TF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탈시설 방안과 전략 마련을 약속했다. /강윤중 기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과 활동가들이 지난해 1월28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인 신아재활원에 대한 긴급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 정리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는 전날 신아원 탈시설 TF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탈시설 방안과 전략 마련을 약속했다. /강윤중 기자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10명 중 3.5명 꼴로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이상 생활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의 경우 장애인 2명 중 1명 꼴로 확진됐다. 전체 인구의 누적 확진자 비율(25.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설 중심의 장애인 정책이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 역행하는 셈이다.

1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을 기준으로 전체 장애인 거주시설(단기보호시설·공동생활가정 제외) 484곳에서 발생한 누적 확진자는 9904명으로 입소 정원의 35.6%였다. 특히 100명 이상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장애 영유아 거주시설, 지적·지체장애 등 장애 유형별 거주시설 34곳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2428명으로 입소 정원의 48.8%에 달했다.

100명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의 누적 확진자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경기도 소재 지적장애인시설인 평화재활원은 100명 중 84명(84%), 충남 지적장애인시설 서림케어드림은 128명 중 105명(82.03%) 확진됐다. 경북 지적장애인시설 안동애명복지촌 120명 중 94명(78.33%), 충북 지적장애인시설 청산원 154명 중 117명(75.97%), 서울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문혜요양원 160명 중 105명(65.63%) 등의 확진율을 보였다. 장애 영유아들이 거주하는 여주천사들의집에서는 100명 중 55명(55%)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3월31일 기준 ‘100인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 코로나19 누적 확진 현황’ 자료. 보도 이후 대구시는 대구안식원과 성보재활원의 확진자가 각각 17명, 98명으로 “복지부에 잘못 적은 정보를 제출했다”고 알려왔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3월31일 기준 ‘100인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 코로나19 누적 확진 현황’ 자료. 보도 이후 대구시는 대구안식원과 성보재활원의 확진자가 각각 17명, 98명으로 “복지부에 잘못 적은 정보를 제출했다”고 알려왔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장애인 거주시설은 대부분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이라 감염에 취약하다. 협소한 공간에서 여러 명이 생활할 뿐더러 격리 공간도 충분치 않아 집단감염 위험이 높다. 복지부가 실시한 ‘2020년도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100인 이상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한 생활실당 평균 6.87명이 생활한다.

보건당국은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를 해왔는데 이 같은 조치로 집단감염이 오히려 확산하자 확진자를 시설 내 별도 공간에 격리하거나 다른 의료·복지시설로 전원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방역 규제가 완화돼 시설 내 감염 현황을 감독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확진자가 계속 생기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에 상황에 따라 대처하라고 지도할 수밖에 없다”며 “시설마다 인원, 상황 등이 달라 일괄적 기준을 정해 (방역 조치를)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시설이 장애인을 보호하는 더 나은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탈시설 정책을 확대하고 사업계획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염 취약계층이 집단 거주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시설을 일시 폐쇄하고 거주인을 격리·임시거주시설로 분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코로나긴급탈시설법’(감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장혜영 의원은 “지역사회로부터 격리 수용된 채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거주시설이 장애를 가진 시민에게 결코 ‘더 나은 보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윤석열 정부는 장애인 거주시설 중심 정책이 곧 감염병 위험 및 인권 침해의 시한폭탄임을 인식하고 탈시설 정책을 주요 과제로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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