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시설 벗어나니 자유·취미 생겼죠”

2023.03.19 21:38 입력 2023.03.19 21:39 수정

‘탈시설 시범사업 1년’ 보고서 살펴보니

10개 지역 ‘자립 선택’ 대상자들 “현재 일·여가 생활 만족”
‘주거 확보’ 사업 추진 애로…‘활동지원시간’ 편차도 문제

뇌병변 장애인 이지민씨(25·가명)는 10세 때 아버지의 강요로 지적장애인 시설에 입소했다. 다른 장애인들과 한 방에서 8명이 같이 지내는 삶이 너무 싫었던 이씨는 20세 성인이 되면 시설을 나가겠다고 결심했다. 이씨의 꿈은 지난해 12월에야 이뤄졌다.

거의 평생을 함께한 공간을 등지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씨를 비롯한 장애인 35명은 시설에서 나와 혼자 살아보겠다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올해는 정부의 탈시설 시범사업이 시작한 지 1년을 맞는 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월 시범사업에 참여할 지자체 공모를 거쳐 같은 해 3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제주, 경북 경주, 전북 전주, 전남 화순, 충남 서산 등 10개 지역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19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10개 지자체 탈시설 시범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월 기준 대구, 부산, 경주, 제주, 전주, 인천, 화순 등 7개 지역 대상자 35명이 지역사회 내 주거전환을 완료했다.

대상자 대부분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강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체계 구축 시범사업 자립인원 현장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보면, 보고서는 “(면접조사에 참여한) 29명의 대상자들 모두 현재의 자립생활이 만족스러우며, 거주시설에서의 생활보다 좋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자립생활이 만족스러운 이유로는 자유로움과 개인의 공간이 있다는 점, 대학교 진학 등 자아실현의 기회가 생긴 점을 꼽았다고 했다.

시설 밖으로 나온 시범사업 대상자들은 자신만의 취향과 취미가 생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하루 일과는 ‘규칙적이고 체계적’이다. 식사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직장이 있는 경우 점심식사는 직장에서 한다. 29명 중 15명은 복지관과 장애인일자리사업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주간 활동서비스나 복지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저녁과 주말엔 비장애인처럼 여가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갈 길이 먼 부분도 있다. 보고서는 ‘주택확보와 대상자 발굴’을 시범사업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택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지만 개인 계약이 어려워 보증금 임대 지원과 같은 기존의 제도를 더욱 활용하지 못하며, 동별로 계약할 시 또 하나의 시설로 보이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으며 공실에 대한 관리비와 임대료 부담이 어려워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확보된 주택들이 당사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거리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올해 공급된 주택 물량은 기본적인 편의시설 외에 개별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개조들이 이뤄진 ‘유니버설 주택’은 확보가 미진하다”며 “또 새로 확보된 주택 물량은 거의 도시 외곽 지역에 만들어져 당사자들의 도심 접근성이나 서비스 기관으로부터 원활한 서비스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시간 역시 지자체마다 편성 예산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중앙정부의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은 자립정착금의 경우 지자체마다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500만원까지 차이가 난다. 조 활동가는 “지자체의 편차를 고려해 (탈시설 체계를) 세팅하지 않은 중앙정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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