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중단”…교수 73.6% 찬성

2024.06.21 14:22 입력 2024.06.21 16:58 수정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 중인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 중인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원객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집단휴진에 돌입했던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무기한 휴진을 이어갈지를 놓고 전날부터 양일간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21일 밝혔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에 불과했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5.4%가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휴진 중단 시점과 관련해 비대위는 이번 주 진료는 이미 변경됐으며, 실질적으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휴진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서울대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의 전면 휴진은 일주일 만에 끝나게 됐다. 비대위는 지난 6일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을 결의했으며, 지난 17일부터 응급·중증·희귀질환 등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및 시술을 중단했다. 휴진에는 네 개 병원의 진료 교수 중 54.8%가 참여했다.

비대위는 다수 교수들이 전면 휴진 중단 의견을 낸 것에 대해 환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휴진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들의 피해와 불안이 커지고, 국민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비대위는 현 상황이 장기화되면 중증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으며, 환자단체에서도 환자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환자 피해를 우려하는 당부를 했으며, 환우회와 소비자단체들 역시 같은 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지금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라며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닥칠 의료계와 교육계의 혼란과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며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며,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휴진 중단을 발표하자 환자 단체와 정부는 모두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휴진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다른 대학 병원 교수들도 휴진결정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휴진 중단을 결정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비대위 내부에서는 무기한 휴진을 이어갈지를 두고 혼선이 일어나기도 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집단휴진 첫날인 지난 17일 서울의대 양윤선홀에서 열린 집회 이후 백브리핑에서 “무기한으로 얘기하는 건 옳지 않다. 일주일 뒤 일정을 조절할 계획은 없고 그럴 일이 없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비대위 측에선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무기한 휴진이 맞다”고 정정했다.

서울대병원의 전면휴진 중단으로 다음주 주요 대학병원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은 일단 막게 됐다. 하지만 연세대 의대와 울산대 의대가 이미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만큼 진료 공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대학병원들에서도 무기한 휴진 실시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무기한 휴진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의대 중에서는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곳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 서울대,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 교수들이 속속 무기한 휴진을 선언했던 것과 비교해 의대 교수들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 오후 회의를 열고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 (올특위) 참여 및 추가 휴진 계획을 논의했다. 전의비는 회의에서 무기한 휴진에 대해 논의했으며 다음 회의에서 구체적 일정을 상의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 삼성 3개 병원도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전날 설문조사를 시작해 휴진 등 방안을 논의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교수들은 전날 총회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주말까지 더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장기화되는 진료 공백으로 인해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환자단체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6월 내 진료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정부와 의사단체를 상대로 전면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들은 다음달 4일 서울 종로구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종로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하면서 1000명의 예상 참여 인원을 적어냈는데, 이 같은 대규모의 환자 집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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