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체·통영, 남원·순창 등 지자체들 “화장시설 같이 쓰자”
화장률 91.7%…지자체 내 신규건립 유치경쟁도
전국 화장률이 92%에 달하면서 ‘혐오시설’로 인식돼온 화장시설이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간 상생협력으로 공동으로 화장시설을 이용하는가면 마을발전을 위해 유치경쟁을 벌이는 사례도 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오는 10월1일부터 거제시민도 통영시민과 동등한 자격으로 통영시 추모공원 공설화장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거제시민이 통영화장장을 이용하려면 기존엔 80만 원을 내야 했다. 내달 1일부터는 10만원만 내며 이용가능하다. 화장장 연간 운영비는 이용자 수에 비례해 두 지자체가 공동 부담하기로 했다. 거제시가 통영화장시설 개선비용 등으로 99억 원을 부담하게 된다.
화장이 늘면서 화장시설 수요도 늘고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2022년말 기준 전국 화장시설은 62곳(화장로 383기), 화장률은 91.7%에 달한다. 경기(4곳·48기 보유), 서울(2곳·34기 보유), 부산(1곳·15기 보유), 대구(1곳·11기 보유) 등 지자체는 수요에 비해 화장로가 부족한 곳으로 분석됐다.
지자체들은 화장시설 공동 사용으로 수요에 대응 중이다. 전북 남원시·순창군·임실군 등 3개 시·군도 지난 2월부터 남원시승화원의 화장시설을 공동 사용한다. 강원도 동해시·삼척시(2022년), 원주시·여주시·횡성군(2019년), 춘천시·홍천군(2014년) 등 지자체들도 이미 화장시설을 공동건립·운영하고 있다. 이들 시·군 관계자는 “건립비와 운영비도 아끼고, 화장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도 줄었다”고 말했다.
지자체 내 화장시설 유치를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경남 거창군은 지난 5월 화장시설 건립을 위한 공모에 나섰다. 9개 마을이 신청해 경쟁을 벌인 결과 남하면 대야마을 일대가 최종 선정됐다. 이 마을은 주민 97%가 동의했다. 거창군은 공모 당시 유치 지역에 60억 원 규모와 화장장 수입의 20%를 10년 동안 지원하기로 했다. 부대시설 운영권과 주민 일자리도 제공하기로 했다. 대야마을 이장 신귀자씨는 “다른 지역 화장장을 견학하면서 주민들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 6월 화장시설, 납골당 등을 포함한 새 추모공원 건립 지역으로 구룡포읍을 최종 선정했다. 210억 규모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실시한 4개월간의 공모에 모두 7개 마을이 유치에 뛰어들었다. 시 관계자는 “건립 준비 단계에서 주민설명회를 100회 넘게 열고, 친환경 화장시설도 수십 차례나 견학했다”고 말했다.
경기 양주시도 지난해 12월 화장시설을 포함한 광역종합장사시설 건립 사업에 응모한 5개 마을 중 최종 후보지로 방성1리를 선정했다. 양주시는 이 마을에 100억 원, 인근 마을엔 300억 원 등 총 4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구 수가 35만 명인데도 화장시설이 없는 양산시는 지난 6월부터 이달 23일까지 3개월간 친환경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를 공모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지역주민들이 부산·울산 화장장을 찾아 헤매며 불편을 겪은 뒤 화장장 건립 요구가 이어졌다. 양산시는 유치 지역과 반경 1㎞ 이내 지역, 읍면동 지역에 최대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마을별 혜택규모과 신청 자격·기준 등을 묻는 전화가 꾸준하게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용 국립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화장장이나 봉안당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며 “장례문화가 급변하면 주민갈등이나 분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