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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여파에…제약·의료장비 업체부터 병원 옆 자영업자까지 ‘타격’

2024.10.02 16:06 입력 2024.10.02 16:12 수정

지난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 병원에 비상경영과 집단휴진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7월 서울 종로구의 한 대학 병원에 비상경영과 집단휴진 관련 호소문이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의료대란의 여파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병원에 의료장비와 약품을 공급하는 업체들까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이탈로 병원 내 노동자들뿐 아니라 의료기기·제약 업계와 병원 인근 자영업자들까지 줄줄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장비·의약품 업체, 의료대란 이후 납품 감소 및 결제 지연 ‘이중고’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서울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월간 의료장비, 의약품 납품 실적자료’를 보면, 의료대란이 발생한 올해 3월부터 지난 8월까지 의료장비 납품 실적은 각각 56억3000만원, 184억3000만원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2.4%, 30.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의약품 납품 실적도 서울대병원 본원 91%(122억6000만원), 분당서울대병원 94.5%(50억9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 두 병원의 지난 1월과 2월 ‘의료장비, 의약품 납품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많았지만, 의료대란이 발생한 이후 의료장비와 의약품 납품 실적이 모두 감소했다.

다른 주요 병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지난 3월~8월 빅5병원의 의료기기, 의약품 공급실적은 각각 847만개, 3007만개 감소했다. 전년 같은 기간의 90.4%, 79.7% 수준이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경우 의료기기 공급실적은 20.2% 수준으로 감소했다.

게다가 병원과 의료기기 업체의 중간에서 구매업무 등을 대행하는 간접납품회사(간납사)들이 의료공백 장기화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의료기기 대금결제 기한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 감소와 대금 지연 지급의 이중고 때문에 의료기기 및 제약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대학병원 간납사로부터 결제가 지연되고, 많이 늦어진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병원 환자와 수술이 줄면서 납품 실적이 줄었는데, 특히 수술 용품을 전문으로 하는 곳과 응급의학과 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곳은 더 매출 감소가 심하다”고 전했다.

박희승 의원은 “정부가 수련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 선지급, 비상진료체계 유지 등에 2조원까지 지원하면서, 의료기기나 제약업계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장비나 약품 납품 실적 및 대금 지급 상황 등 현장의 상황을 파악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병원 안팎 ‘직격탄’…병원 내 노동자 ‘무급휴직’, 인근 자영업자는 ‘매출감소’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이탈한 이후 병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과 병원 인근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병원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병원의 보건의료 노동자와 청소노동자 등의 근로시간이 단축됐고, 강제로 연차휴가·무급휴가 등을 다녀오는 경우도 나왔다.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현재는 병원들도 적응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전 수준만큼 정상화되지는 않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그동안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무급휴가를 다녀왔다”면서 “환자 수가 적어져 ‘응급오프’(병원의 정원보다 환자 수가 적을 때 출근 예정인 간호사에게 갑자기 휴가를 통보하는 일)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외 다른 직군도 최소한의 인원만 근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병원 인근의 상권도 영향을 받았다. 병원에 오는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던 식당, 약국, 숙박시설 등도 매출이 감소하면서 대학병원 안팎에 있는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외래 환자가 많았던 서울아산병원 인근의 약국들도 예전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전공의 의존율이 높았던 빅5 병원의 타격이 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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