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뺑뺑이 사망’ 이후
정부, 경위 조사 등 약속했지만
도청·복지부·중수본 등 기관들
“담당 아냐” 유족 전화 16번 ‘뺑뺑이’
지난달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경향신문 10월17일자 보도)에 대해 정부가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유가족에게 설명이나 절차 안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조사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과정을 알 수 없어 답답한 유가족은 지자체와 보건복지부에 16차례나 전화를 걸고도 “담당 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변 외에 구체적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거제 뺑뺑이 사망 유족은 지난 18일 경남도청과 보건복지부 민원실, 응급의료과, 건강증진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등에 2시간가량 16차례 연락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담당 업무가 아니다” “다른 번호를 알려주겠다” “부재중” “알지 못한다”라는 말뿐이었다.
지난 9월 거제에서 복통을 호소하던 50대 남성이 응급실과 수술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7시간 만에 수술했고, 결국 숨진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자료를 내고 “경남 복통 환자 사망 건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 진행 사실을 알게 된 유족은 지난 18일 오후 3시30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 위해 경남도청에 연락했다. 도청 직원은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경남도청 의료정책과의 번호를 알려줬다. 해당 번호로 연락하니 “복지부 공문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는 단계”라면서도 유족에게는 따로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후 유족은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연락했다. 복지부 민원실 담당자는 “응급의료과에 문의를 해보셔야 할 것 같다”며 2개의 번호를 안내했다. 해당 번호로 5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응급의료과의 다른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유족은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기다리다가 전화를 했다”며 “어떻게 할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다른 팀에서 조사를 할 것”이라며 또다시 다른 연락처를 알려줬다.
이후 몇 차례의 전화가 더 오고간 뒤 복지부 민원실 직원이 “중수본에 상담이 가능한지 알아보니, 지금 통화는 어려운 것 같다. 여기서 담당을 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면서 “여기 담당자는 자리에 안계신다. 월요일에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진행된 전화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데 지친 유족은 “제 번호를 전달해주고, 월요일이나 다른날 다시 연락을 주도록 해달라”며 “그때도 연락이 안되면 이게 (복지부의) 답이라고 알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유가족은 연락을 받지 못했다. 유족은 “당사자에게 연락도 없이 정부가 사건 조사에 들어가는 것도,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제3자를 통해 듣는게 맞나 싶다”며 “전화를 해도 연락도 안되고, 서로 어디서 담당하는지도 모른다는 정부 대응에 답답하고 힘들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로부터 조사결과를 회신받고, 해당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유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언론 보도에 따라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유족에게 연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보도된 이송 과정과 당시 상황 등을 확인하는 게 조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