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국조에 분노…민주 ‘무능’ 비판도
여의도 KBS 앞에선 ‘언론인 촛불문화제’
16일 열린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진실규명을 바랐던 국민들을 모욕했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물론 여야 의원들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씨(32)는 “청문회는 국민들을 모욕하는 자리였다”며 “또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 직원 소모씨(45)는 “원 전 원장 등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이라며 “사실상 제기된 의혹을 모두 시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광규씨(25)는 댓글달기 활동이 ‘북측의 대남 심리전에 대한 대응업무’라고 답한 원 전 원장에 대해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대북 심리전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정원은 북한이 아닌, 헌법을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백번 양보해 국정원이 대북활동을 했다 하더라도, 댓글을 다는 것이 국정원의 능력이냐”고 꼬집었다.
손주형 한양대 총학생회장(27)은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원 전 원장의 출석을 이끌어 내면서 새누리당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증인들의 ‘네’라는 답변을 유도한 새누리당 의원의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준비 소홀과 무능에 대해서도 시민들은 화를 감추지 않았다.
시민 박영일씨(76)는 “대선개입이라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음에도, 민주당이 새로 밝혀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일하는 홍모씨(45)는 “민주당 이외에 대안 정당이 없는 까닭에 무능한 민주당을 탓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는 이날도 계속됐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언론인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250명(경찰 추산 150명)의 언론인과 시민들은 “대부분의 언론이 ‘신중한 보도’를 운운하며 축소보도로 일관하거나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여전히 정권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하다”며 “민주주의 수호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되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