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노출된 ‘마스터 키’ 주민번호

1970년 시행 주민등록법 “간첩·불순분자 색출 목적”

2014.01.29 06:00

주민등록번호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감시와 통제의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래서 생년월일, 성별, 출생지 등 기본정보를 모두 담았다.

주민등록법은 1962년 “주민의 거주관계를 파악하고 상시로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하여 행정사무의 적정하고 간이한 처리를 도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당시에는 등록에 관한 법이었을 뿐 ‘번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당시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에 12자리 주민등록번호의 작성법이 명시됐지만 지역과 성별, 개인 표시번호를 차례로 배열하는 방식이었고 생년월일은 포함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연구원 이장희 박사는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주민번호를 도입한 것은 당시 정황으로 봐 법률로써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번호가 부여된 것은 1968년 북한 특수부대원이 청와대를 습격한 ‘김신조 사건’ 이후였다. 국가 안보를 위해 개인의 식별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1970년 2월부터 시행된 주민등록법은 아예 “치안상 필요한 특별한 경우에는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간첩이나 불순분자를 용이하게 식별, 색출하여 반공태세를 강화하고 행정상 주민등록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또 “사법경찰관리는 간첩의 색출·범인의 체포 등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주민의 신원이나 거주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주민등록증의 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간첩과 불순분자, 식별, 색출과 같은 용어에서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박사는 “주민등록번호를 도입한 것은 주민 통제의 목적이 컸다”고 말했다.

생년월일이 포함된 현행 13자리 번호 체제로 바뀐 것은 1975년이었다. 개인의 신상을 쉽게 파악해 국가동원 체제를 수월하게 작동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주민등록법 개정안에는 “안보태세를 강화하기 위하여 주민등록을 거주사실과 일치시키고 민방위대, 예비군, 기타 국가의 인력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총력전 태세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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