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마지막 피고인 신문에서도 참사 책임을 회피하는 진술로 일관했다. 사고 장소의 위험성에 대해선 ‘몰랐다’, 참사 대응 관련 구청장의 주의의무에 대해선 ‘아니다’, 위험 징후에 대해선 ‘못 봤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구청장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 심리로 지난 10일 열린 업무과실치사 사건 재판에서 참사 장소의 위험을 예측할 수 없었고, 구청장으로서의 대처 의무 등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구청장은 사고가 일어난 골목의 위험성에 관해 “이태원 곳곳이 다 특색이 있기 때문에 특정 어떤 지역으로 많이 몰릴 것이라는 생각은 못 했다”며 “그 길에서 이런 대규모의 사고가 날 거라고 상상조차 못 했다”라고 말했다. 위험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박 구청장은 “(사고가 일어난) 길 자체가 평상시 또는 주말에 통행이 굉장히 많은 길은 아니다”라며 “사고가 나지 않은 해밀톤 호텔 오른쪽 길이 훨씬 더 많이 모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 측은 이태원이 핼러윈 축제로 인파가 밀집되는 지역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은 “핼러윈 축제라는 게 최근 이태원, 강남, 신촌, 이대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많이 있는 것이지 이태원이 특정 (인파가 많이 몰리는) 요즘 추세는 아니다”라며 “신문사나 방송국에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구청장의 명확한 주의 의무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피고인은 용산 재난대책본부 본부장, 그리고 용산경찰서장과 용산소방서장 등을 위원으로 두고 재난정책 시행하는 용산 안전관리위원회 위원장 아니냐”라고 묻자 박 구청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긴밀한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건 알지만 소방과 경찰의 지휘 감독 권한이 (저에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행정안전부의 재난관리계획 지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하는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구청장은 “취임 후 부서별 보고를 받아서 안전관리계획이 수립됐던 것은 안다”며 “전체 책자를 꼼꼼히,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인파 밀집의 위험성을 알리는 여러 징후를 못 봤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청장 출마를 준비하던 2021년 핼러윈데이에 인근을 직접 방문해 인파를 확인했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 인파에 대한 우려의 댓글이 달린 것을 확인했냐”고 묻자 박 구청장은 “당시는 방역 부스가 있어서 혼잡하다고 말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며 “댓글에 대한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참사 전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로부터 핼러윈 행사를 대비하는 간담회를 연다는 문자 메시지의 수신 여부도 물었다. 박 구청장은 “(간담회에) 구청장이 참석해달라고 특정해서 보낸 문자는 아니다”라며 “그냥 (용산구청) 위생과와 간담회를 한다는 공지 정도로 생각했지 공식적인 회의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내달 15일 열리는 박 구청장의 다음 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최종 변론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