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전철 2호선 성수역 일대에는 ‘따릉이 폭주족’ 단속에 나선 경찰관 10여명이 찜통더위에 연신 땀을 흘리며 서 있었다.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을 타고 인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보행자를 위협하는 일명 ‘따릉이폭주연맹(따폭연)’이 근방에서 폭주 집회를 예고하자 현장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날 9개 경찰서에서 경찰 123명과 오토바이 등 장비 53대가 동원됐지만 따폭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폭연의 주 활동층은 10대 청소년으로 추정된다. 이날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경찰 단속을 피해 언제든 다시 모여 난폭운전을 할 수 있다. 따폭연은 경찰 단속이 종료된 이후인 전날 오후 10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다들 안 잡히고 무사히 오늘 하루도 넘겼다”고 올렸다. “당분간은 여론이 조용해질 때까지 각자 라이프를 즐깁시다” 등의 글과 오토바이 폭주 영상도 게시했다. 따폭연은 그간 자전거·킥보드를 타고 보행자 사이를 위험하게 지나가거나 행인을 때린 뒤 도망치는 영상 등을 올렸다.
경찰이 나섰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들이 다니는 좁은 골목길을 경찰이 매번 따라다닐 수 없고, 무리한 추적·단속 과정에서 보행자나 운전자가 다칠 우려도 있다. 처벌도 어렵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는 도로에서 2대 이상이 줄지어 통행하며 위협을 가하거나 난폭 운전을 할 때 처벌 대상이 되지만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을 위협하는 난폭운전을 제지·단속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과속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하거나 대여 시 신원 확인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폭주족을 단속·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청소년기 비행 활동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온다. 2000년대 초반 3·1절 등 국경일에 일부 청소년들이 오토바이 굉음을 내며 전국 곳곳을 질주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국경일마다 벌어진 경찰의 특별단속에도 사라질 기미가 없던 오토바이 폭주족은 2010년대 들어 오토바이 유행이 잦아들자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대신 킥보드나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이동수단을 활용한 폭주족이 등장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일부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나 에너지를 분출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이동수단을 통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왜 문제고 얼마나 큰 상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 행동인지에 대해 교육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비행 문제는 이들이 놀 거리도, 놀 시간도, 모일 장소도 없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미국 경찰이 야간에 길거리 농구 대회를 개최하듯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분출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주족=청소년’ 식의 낙인찍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가 없는 성인들도 사용하며 위험 행동을 하는 만큼, 나이와 상관없이 교육하고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10대의 광란의 질주’라는 식으로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폭주족 문제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