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이틀 만에 ‘열사병 사망’ 20대 노동자 열흘째 장례 못 치러

2024.08.22 21:28 입력 2024.08.22 21:37 수정

원청·하청업체는 책임 미뤄

유가족 “사과 없어…엄벌을”

출근 이틀 만에 열사병으로 쓰러져 숨진 20대 노동자가 사망 열흘이 됐지만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들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하며 사과조차 없다”며 당국의 신속한 조치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은 22일 근로복지공단 광주지역본부에 양준혁씨(27)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산업재해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양씨는 전남 장성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던 도중 열사병 증상으로 쓰러져 숨졌다.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과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현장을 제대로 조사하고 고인의 열사병 산재를 즉시 인정해야 한다”면서 “관련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씨는 지난 12일부터 국내 한 대기업의 에어컨을 설치하는 하청업체에 출근해 일을 시작했지만 이틀 만에 열사병으로 숨졌다.

회사는 양씨의 상태가 심각해진 이후에도 어머니에게 전화해 “119에 신고해도 되느냐”며 동의를 구하고서야 신고했다. 신고가 늦어지면서 119구급대는 양씨가 처음 열사병 증상을 보인 지 1시간여가 지난 오후 5시41분에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대학병원 진단서를 보면 양씨는 기저질환도 없고 복용하는 약물도 없이 건강했다. 병원은 사망원인을 ‘열사병’으로 진단했다.

양씨가 보인 구토와 어지럼증, 의식 이상 등은 전형적인 온열질환 증상이다.

당시 장성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4.1도, 습도는 70%가 넘었다. 첫 출근날에도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담배가 젖었을 정도로 땀을 흠뻑 흘린 채 퇴근했다고 한다.

유가족은 양씨의 시신을 광주 서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하고 장례를 미룬 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원청과 하청업체는 현재까지도 유가족에게 별다른 사과 등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박영민 노무사는 “해당 하청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사업장으로 파악됐으며 원청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억울한 청년 노동자 사망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원청업체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청업체 대표는 “현장에서 최대한 응급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불행한 일이 생긴 데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산재신청 등 유가족에게 필요한 조치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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