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서 경찰 물리력 행사 2배…‘용산’에선 5배 이상 늘었다

2024.09.03 06:00 입력 2024.09.03 11:41 수정

용산서, 증가 건 최대… “대통령 향한 치안활동”

강력·폭력범죄 안 늘었는데 물리력 사용 건수만 급증

집회·시위에 강경자세 등 현장 ‘엄정대응’ 기조 영향

경찰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1박 2일 문화제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1박 2일 문화제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수갑을 채우거나 테이저건을 쓰는 등 물리력을 사용한 빈도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월평균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경찰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경찰서에서 많이 증가했다. 단순소란 사건에 물리력을 동원하거나 경고하지 않고 물리력을 쓰는 경우도 늘었다. 범죄 발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엄정대응 기조 영향으로 보이며, 과잉대응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도 나온다.

2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이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물리력 사용보고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전 2년간 월평균 573건이던 경찰의 물리력 행사가 취임 이후 지난 6월까지 월평균 1110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9월에는 월 1494건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래픽/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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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서울경찰청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현 정부 출범 직전과 지난 6월을 비교하면 218건(49.8%)이 늘었다. 전체 광역단위 경찰청 중 서울청이 차지하는 비율은 27.4%에서 31.1%로 3.7%포인트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실 소재지를 관할하는 용산서의 증가 건수가 가장 많았다. 2022년 4월 12건에서 지난 6월에는 64건으로 증가했다. 용산서의 서울청 내 빈도 점유율도 5.5%(6위)에서 11.7%(2위)로 높아졌다.

경찰관은 현장 상황과 대상자의 반응에 따라 작게는 신체적 물리력이나 수갑부터 크게는 전자충격기나 분사기, 권총 같은 물리력을 행사하며 이때 사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한다. 적절한 물리력 행사는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치다. 문제는 강력·폭력범죄 발생 건수나 112신고 등이 이전 대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도 물리력 사용 건수만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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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물리력 행사가 동반될 가능성이 있는 강력범죄는 2022년 2만4954건에서 2023년 2만4939건으로 오히려 소폭 줄었다. 폭력범죄도 2022년 24만5286건에서 2023년 23만4561건으로 감소했다. 전체 범죄 건수도 2019년 161만여 건에서 2023년 152만여 건으로 줄었다. 서울경찰청 자료를 보면 112신고 중 현장 출동이 필요한 코드0~2 단계의 신고 건수는 2022년 19만6865건에서 지난 6월 20만1718건으로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리력 사용 급증은 2022년 2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이 법은 경찰관의 직무수행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형사책임을 감면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곧이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경찰의 물리력 사용 강화를 주문하면서 현장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혀 왔다. 2022년 8월 취임한 윤희근 경찰청장은 과감한 물리력 행사를 독려했다.

그래픽/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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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도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 이후로 집회·시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내놨다. 당시 윤 청장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적극적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더라도 적극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적극행정으로 결정되면 징계 요구 없이 면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별다른 제지 없이 열리던 문화제가 집회로 규정돼 강제해산 되는 등의 일도 벌어졌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리력 사용은) 시대적 상황이나 정권의 성격을 타는 만큼, 경찰의 물리력 사용을 강조하는 정권에선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용 내역을 살펴봐도 강력범죄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늘어난 물리력 사용은 대부분 수갑으로 현 정부 취임 직전과 지난 6월을 비교하면 594건이 늘었다. 이어 신체적 물리력(32건), 전자충격기-스턴(13건) 순으로 다소 늘었다. 수갑은 지난 6월 사용 건수 전체의 89.2%(1331건)을 차지하는 등 대체로 물리력 사용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현장 상황별로 보면 단순소란이 220건(100.9%), 공격(폭행)이 211건(58.3%), 난동(소요)이 160건(55.9%)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사용 시 경고를 하지 않는 비율도 취임 전 32.3%에서 지난 6월 40.1%로 늘어났다.

일부에서는 갈등과 분노 수준이 높아지고 흉악범죄가 부각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일선서 경찰관은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분노 수준이 높아졌고 경찰의 공무 집행에 대한 불신이나 경시 풍조가 늘어난 걸 체감한다”면서 “예년 대비 피의자가 조사·체포 과정에 불응하거나 강하게 저항하는 경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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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용 동서대 경찰학과 교수(전 총경)는 “경찰이 최근 위험성 판단을 잘못했다고 하여 비난받은 사건들이 많았다 보니 그런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예전 같았으면 그냥 돌아올 것을 일단 경찰서로 동행하는 경우가 늘어났을 수 있고, 불응하면 부득이 수갑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할 만한 주요 범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물리력 사용 증가는 인권침해 우려를 높일 수밖에 없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치 권력이 의도적으로라도 인권을 강조하지 않으면 공권력은 끊임없이 스스로 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용산서의 건수 증가는 치안활동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고 말했다.

용혜인 의원은 “새 정부 출범 이후 특히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을 중심으로 물리력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찰 물리력이 규칙대로 적정하게 시행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도주 사건이나 이상 동기 범죄가 많이 늘어서 현장에서 수갑 사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물리력 사용 규칙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늘어난 만큼 지속해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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