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실 조리사, 락스로 청소 중 의식 잃어

2020.08.18 21:23 입력 2020.08.18 23:07 수정

곰팡이 제거 때 락스 같은 유해화학물질 과다 흡입 추정

쿠팡 이어 두 번째…안전교육·매뉴얼 없어서 사고 반복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이준헌 기자 ifwedont@

서울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전경. 기사 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이준헌 기자 ifwedont@

지난 6월 쿠팡 물류센터의 한 조리사가 청소 도중 쓰러져 돌연사한 데 이어 경기 안양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도 조리사가 청소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락스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과도하게 흡입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 해당 조리사는 청소할 때 락스를 어느 정도로 희석해 사용해야 안전한지 교육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14일 급식실을 청소하던 조리사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혀가 굳고 안면이 경련되는 증상을 보여 응급 이송됐다. 현재는 의식이 회복돼 퇴원했다. A씨 동료 김영애씨(56)는 “A씨가 쓰러진 다음날 눈이 아파 안과에 갔다가 한 번 더 쓰러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유해화학물질 중독 때문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A씨를 비롯한 조리 노동자 6명은 2주 방학기간 동안 이어진 장마로 급식실 식탁과 의자, 바닥 등에 곰팡이가 피자 이를 제거하기 위해 청소 작업을 했다. 이들은 주방용 락스와 물을 1 대 1로 희석한 용액을 사용했다. 이들은 당시 200평 남짓(661㎡) 급식실에 환풍기 6대를 켜놓고 반대편 창문을 전부 열어놓는 등 환기 조치를 했다. 하지만 장마철 기압이 낮아 외부공기 유입이 미약했던 것으로 노조 측은 보고 있다.

A씨와 같이 청소했던 노동자들도 어지럼증과 피부 감각 둔화 등 증상을 겪었다.

김씨는 “A씨가 쓰러진 뒤 다른 동료들도 일시적으로 혀에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소와 관련해 유해화학물질 사용법을 별도로 교육받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은 추가로 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교육 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교육 없이 비말차단용 마스크만 제공받았다. 김씨는 “청소 작업에 대한 별도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안다. 기름때는 독한 약품으로 지운다. 세척 작업을 할 때 동료들끼리 ‘이러다 우리 암 걸리는 거 아니야’라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9일 오전 11시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학교급식 노동환경 긴급 실태조사와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노조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락스를 과다하게 사용하고, 외부공기 유입이 미약해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 사고 원인”이라며 “교육당국의 반노동적이고 안일한 대처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초등학교와 연락해 사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쿠팡 천안 물류센터 직원식당에서 일하던 조리사 B씨는 지난 6월5일 락스와 세제 등을 섞은 혼합액으로 조리실을 청소하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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