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바닥 임금’”…장애인보호작업장 실태조사 결과

2021.12.06 15:49

중증 장애인에게 고용과 직업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은 한 달에 10만원에서 9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미치는 ‘바닥 임금’을 감수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6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하는 장애인노동권 실태조사팀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6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하는 장애인노동권 실태조사팀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 실태조사 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위원회가 참여한 장애인노동권실태조사팀은 6일 이같은 내용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노동 실태조사 발표회’를 열었다.

조사팀은 5개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 15명을 심층 조사했다. 이들의 연령은 22세부터 58세까지 다양했다. 학력은 모두 고등학교 졸업이었다. 이들은 대개 발달 장애 및 정신 지체 장애를 앓고 있었다.

조사팀은 “인터뷰 인원이 많지 않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 노동자들이 ‘바닥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경험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7년째 제빵 일을 하는 26세 장애인 노동자는 90만원 정도로 조사 대상 중 비교적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적게 벌 때는 90만원에서 많이 벌 때는 100만원 조금 넘게 번다”고 했다. 같은 제빵 일을 하지만 경력 4년의 23세 노동자는 50만원을 번다고 했다. 한 달에 60만원, 25만원, 20만원 혹은 6만원, 4만원 등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하루 8시간 미만의 노동을 하거나 매일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포함돼 있긴 하다. 그러나 조사팀은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어떤 경우이든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금액”이었다고 했다. 보호작업장의 경우 제도적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호작업장에서 노동자로 분류되는 ‘근로장애인’이 아닌 훈련생으로 분류되는 ‘훈련장애인’ 신분이면 임금은 더 낮아진다.

저임금의 가장 큰 원인은 보호작업장이 일종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기 때문이지만, 장애인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재활이나 직업훈련을 하기도 어려웠다. 한 노동자는 작업장에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냥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한다”며 특별한 훈련은 없었다고 했다. 제빵 기술 습득에는 시간투여와 훈련을 해 줄 교사가 필요함에도 이를 배치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았다. 조사팀이 조사한 한 제빵 작업장의 경우 장애인 노동자들은 단순 노동에 근무했고, 일하기 바빠 제빵기술을 배우기 어려웠다.

작업장에서의 노동시간은 고정적이지도 않았고 일방적으로 정해졌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출·퇴근이 사업장에 의해 수시로 변경됐다. 작업장 상당수가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고충을 해결하기도 어려웠다. 한 노동자는 “(동료들이) 뒤에서 욕을 하는 것을 들었다면서도 관련해서 신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단순 업무에 저임금 사업장임에도 장애인 노동자들은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다. 한 노동자는 빵 수량을 체크하는 일을 하면서 본인이 “실수 없이”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갑제조 사업장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한 작업장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근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이들이 돈을 벌고 싶은 이유는 다른 노동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한 노동자는 “(돈을 많이 벌면) 일단 집부터 사고 결혼생활도 하고 싶다. (따로 살고 싶은 이유는) 구박을 안 받으니까”라고 답했다. 일을 안 하면 어떨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개나 소(가 된 것 같다)”고 말한 노동자도 있었다. 그는 “(일을 안 하면 집에서) 잠만 잔다”며 조금이라도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조사팀은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숨겨져 있던 보호작업장의 실태를 알리고, 장애인 노동 현장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열악하고 분리된 장애인노동의 현실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호작업장에서 실제 일하는 장애인노동자들의 경험을 구체화하고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며 “비밀의 장막을 걷어내야 장애인노동의 의미와 장애인노동정책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