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앱 상용화 10년 넘었는데”…청년노동 현실과 동떨어진 윤석열의 노동관

2021.12.23 17:04 입력 2021.12.23 18:04 수정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최명희홀에서 학생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구직 앱(애플리케이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계에선 윤 후보 발언이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청년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어떤 분야에서는 지금 일자리가 막, 사람이 필요한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핸드폰으로 앱을 깔면 어느 기업이 어떤 종류의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을 때가 여기 1·2학년 학생이 졸업하기 전에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청년 실업 대책으로 ‘디지털 인재화’와 함께, 구직 앱을 통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해결을 제시한 것이다.

앱과 같은 플랫폼을 통한 구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에서 윤 후보 발언이 시대에 뒤쳐져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결과를 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플랫폼 종사자 219만7000명 중 145만4000명이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또는 알선을 통해 구한 일자리의 고용주(사장)에게 고용돼 일을 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알바천국·알바몬·잡코리아·사람인 등 구인구직 알선 앱이나 사이트,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등을 이용해 구직한 경우로 전체 취업자의 5.6%에 해당한다. 나머지 66만1000명은 플랫폼으로부터 직접 일거리나 급여를 받는 플랫폼 노동자이며, 근로기준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이 문제가 되고 있다.

노동의 질 개선에 대한 의지 없이 단순히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구직 앱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청년 구직자들이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소득 보장을 원하지만 노동의 질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구직 앱은 문제 본질과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구직 앱은 상용화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후보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고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단순히 일자리 미스매치나 정보 부족 때문에 청년들이 실업 문제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안일해보인다”며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프리랜서 계약으로 노동자성을 회피한다든지, 저임금 단순 노동에 그치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막연히 디지털 인재화를 하면 취업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환민 IT노조 위원장은 “소위 (구직) 시스템의 발달로 인해 구직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파편화된 플랫폼 일자리만 많아지고 있다”며 “이번 발언은 윤 후보가 (청년 노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IT 노동의 경우 정규직보다 프리랜서가 임금이 높지만 4대보험 가입이 안되고 과로사를 해도 산재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자본이 움직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고민 없이 (구직 앱으로)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사기”라고 했다. 최근에는 간병인과 아이돌보미·가사도우미·건설 일용직 노동자 등도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구직으로 옮겨왔다.

윤 후보 측은 아직 구체적인 노동 정책 관련 공약은 발표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앞서도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좋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등 반노동적 발언으로 논란을 겪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단은 23일 윤 후보 발언에 대한 해명 입장을 냈다. 공보단은 “현재 구동되는 앱에는 아직 일자리 데이터가 통합돼있거나 구인구직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동기화되고 있지 않다”며 “실업급여를 신청한 사람의 구직 희망 직종이 분석돼 자동으로 일자리가 매칭되는 게 윤 후보가 말한 앱 로드맵”이라고 했다. 이어 “윤 후보는 이러한 기능을 모두 제공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인공지능 앱을 말하고자 했다”며 “여권 인사들은 윤 후보의 ‘미래 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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