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는 인권문제”

2022.07.24 21:20 입력 2022.07.24 21:23 수정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물류센터 내 냉방기기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20일 ‘물류센터 내 냉방기기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보장’ 등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사측 “휴게실에 이미 설치”

노조 “못 쉬는데 무슨 소용”
휴게시간 등 근본 대책 요구

“쿠팡 물류센터 면접을 봤을 때 회사(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었던 첫 질문이 ‘센터 내 공조시스템(냉난방)이 없는데 여기 와서 견딜 수 있겠느냐’였어요.” 쿠팡 고양물류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24일 통화에서 쿠팡 물류센터가 폭염에 취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에어컨 설치’ 요구에 응답하지 않자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나섰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전날 3박4일간의 50여km 도보 행진을 마치고 동탄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전달했다. 이 에어컨은 노동자와 시민이 모금 운동을 벌여 마련했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냉방기기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부여가 절실하다”며 “벌써 3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고 했다. 쿠팡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물류센터 평균 온도는 31.2도, 습도는 59.48%이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한다. 쿠팡은 노조 행진 첫날인 지난 20일 ‘쿠팡 폭염 대책 없다? 민주노총의 거짓 주장’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냈다. 층마다 에어컨이 있는 휴게실을 운영 중이며, 천장 실링팬, 에어서큘레이터 등을 수천대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또 기상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경우 유급 휴게시간을 추가로 주고, 생수 무제한 지급, 아이스크림 제공 등도 시행 중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사측이 시행 중인 대책은 미봉책이라고 말한다. 쿠팡 고양물류센터 노동자 B씨는 “점심시간에 식사를 마치고 휴게실에 오면 10~20분 정도만 쉰다”며 “바로 현장에 가서 일하는데, 휴게실에 에어컨 있는 게 무슨 소용이냐. 작업장에서 일할 때 웬만해선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휴게실이 없는 층이 있고 휴게 공간도 크지 않아 수용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센터도 여럿이라고 한다.

노조에 따르면 작업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작은 선풍기를 근처에 두고 일하지만 물건을 적재해 나르는 이들은 통로에 있는 대형 선풍기 등에 의존한다. 센터들은 고용노동부 기준에 따라 온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유급 휴게시간을 부여한다고 했지만 공정별로 다르고 관리자들이 휴게시간을 고지해도 레일이 멈추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A씨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에어컨 설치이고, 최소한 2시간 일했으면 20분 쉬도록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쿠팡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에어컨 설치,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쿠팡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사측은 전날 밤 교섭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노조원들의 본사 출입을 통제했고, 노조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동헌 쿠팡 동탄분회장은 “인권(문제)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건강이 우선시되는 현장을 만드는 게 회사 역할”이라고 했다. 쿠팡 측은 “(노조는) 거짓 주장을 중단하고 즉시 퇴거해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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