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택배노조, SPC 파업을 살피면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가 보인다

2022.08.22 15:35 입력 2022.08.26 13:50 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2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임금 노동시간 후퇴,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2일 서울광장 일대에서 ‘임금 노동시간 후퇴,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CJ대한통운 택배기사, 화물연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SPC파리바게뜨 노조 등 올해 상반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노동부문 갈등은 모두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의 하층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월간 노동리뷰 8월호에 실린 ‘2022년 상반기 노사관계-주요 교섭 및 갈등의 전개와 함의 진단’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에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노동부문 갈등은 이른바 비전형 고용 부문에서 주로 이뤄졌고, 이들 사례가 모두 그렇다”고 분석했다.

택배와 화물노동자들 파업의 배경에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특고)노동자에 대한 보호 문제가 있다. 특고 노동자는 외형상 자영업자이지만 특정 사용자의 사업을 위한 노무를 제공한다.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와 유사하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원청과 직접 계약관계가 없어서 특고 노동자 노조가 교섭을 요구해도 원청이 응하지 않는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택배사 CJ대한통운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28일부터 올해 3월2일까지 65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택배기사 과로사 원인이 되는 장시간, 고강도 작업 여건 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더불어민주당·택배사·택배노조·화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사회적 합의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6월7일 총파업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차종·전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했다. 안전운임제 역시 특고 지위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고 적정한 소득을 보장해 안전사고를 막는 게 안전운임제의 취지다.

안전운임제와 별개로 하이트진로 자회사 수양물류 소속 화물기사들은 동종업계 다른 기사들과 비슷한 임금수준이 되도록 운송료 30% 인상과 공병운임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5개월 넘게 파업을 진행 중이다. 조합원 4명이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건물 옥상에서 농성 중이다. 농성에 나선 김건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2지회 조직차장은 “특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청은 뒤로 빠지고, 수양물류는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7월 51일 동안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원·하청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보여줬다. 하청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 산업재해 위험 등 불공평한 처우를 받는다. 임금인상의 실질적 결정권도 원청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대한 근본대책, 하청노동자의 노조 권리 보장, 노조의 사용자 개념 확대 등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오래된 요구사항이다.

SPC파리바게뜨 노사 갈등의 시작도 파리바게뜨의 불법 파견에서 시작됐다. 2017년 9월 고용노동부가 직접고용과 체불임금 지급 등을 지시하고, 이듬해 1월 파리바게뜨와 양대노총·파리바게뜨 가맹점주 협의회 등이 자회사 설립과 처우개선 등을 골자로 한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하지만 제빵기사들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측의 민주노총 조합원 탈퇴 종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원청과 하청으로 분단된 산업구조는 자연스럽게 노동의 균열을 초래하고, 하층 노동의 사회·시민권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며 “보다 전향적이고 포괄적으로 협력적 노사관계와 파트너십의 형성을 촉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중층적 교섭구조의 촉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또 “노동조합을 적극적으로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했던 이전 정부에 비해 새 정부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로,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는 전반적으로 노조와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을 생각하면 이러한 긴장은 향후 하반기 노사관계가 ‘갈등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이 예견된다”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