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원로’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별세

2022.10.25 15:33 입력 2022.10.25 16:04 수정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이 2013년 1월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이 2013년 1월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양대노총을 모두 경험한 ‘노동운동의 원로’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 명예이사장이 25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1937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고교 2학년 때 독서모임 ‘암장’을 만들어 사회과학 서적을 읽었고, 대학 졸업 후 민족민주청년동맹 등 청년단체에서 일했다. 1964년 8월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당한 뒤 구속됐다. 다음 해 1월 1심 재판에서 무죄로 풀려났다가 5월 2심에선 유죄(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1973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1976∼1985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연구위원과 정책연구실장을 지냈다. 한국노총에서는 ‘각종 노사분규와 관련해 위원장과 의견 대립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김 이사장은 노동운동에서 정책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육활동에 매진했다. 1986년 ‘한국노동교육협회’를 만들어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벌였다. 한국노동교육협회는 1995년 사단법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김 이사장은 2003년까지 명예이사장으로 일했다.

2004년 6월4일 김금수 노사정위원장 등이 첫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앞두고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 위원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강윤중 기자

2004년 6월4일 김금수 노사정위원장 등이 첫 노사정대표자회의를 앞두고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 위원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수영 경총 회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강윤중 기자

민주노총에도 힘을 보탰다. 1995년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 출범을 도왔다. 이어 민주노동당 고문,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공익위원, 1998년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2000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3∼2006년 노사정위원장과 2006∼2008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으로도 활동했다.

김 이사장은 2007년 노조활동가를 대상으로 세계노동운동사 학습모임을 시작했다. 2013년 ‘세계노동운동사 연구회’를 창립해 최근까지도 상임고문으로 일했다. 2020년에는 ‘세계노동운동사’ 전 6권을 완간했다. ‘한국노동운동론’(1985), ‘한국노동문제의 상황과 인식’(1986), ‘한국노동운동의 현황과 과제’(1995), ‘노동의 자유와 미래’(1997), ‘한국노동운동사’(2004) 등 저서를 남겼고,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 국제비교’(1983), ‘영국노동조합운동사’(1988)와 ‘전환기 노동조합운동’(1993)을 번역했다.

국민훈장 동백장(1998), 노동문화상 대상(2000)을 받았다. 일본강점기 ‘경성트로이카’의 지도자로 사회주의 노동운동가였던 이재유(1905∼1944·2006년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를 기리는 기념사업회를 만들기 위해 최근까지 노력을 기울였다. 25일 오후 5시에는 이재유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 출범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김 이사장은 2013년 세계노동운동사 1~3권을 출간한 뒤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들의 기본 조건을 실현하기 힘들다”면서 독자들이 책을 보면서 자본주의 극복 과제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5월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선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노동기본권을 존중하되 법과 원칙을 지키는 노사관계를 정착하겠단 것, 이게 무서운 거다”라며 “모든 행위가 그렇지만 노사관계에서는 노조 행동 자체가 법으로 걸면 다 걸리게 돼 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론적으로 친자본 반노동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독재 권력에 맞서 저항 운동을 했고, 민주화 운동 시기부터 꾸준히 노동운동의 정책연구와 교육을 했던 분이다”며 “갈등 이슈가 있을 때 조율·중재역할을 해줬던 원로가 떠나셨다”고 애도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평생을 노동운동가로서 열정적으로 살다 간 한국 노동운동의 큰 별이 졌다. ‘멀리 보고 분명한 걸음으로 걸어가야 한다’면서 노동계급을 향해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개혁을 해야 하고, 권위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을 잊지 않겠다”며 “선배님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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