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인구 기준 미만율 부풀려져
경영계 무기 ‘최저임금 미만율’ 허점
노동부 ‘근로감독 실패’ 방증일 수도
최저임금 논의를 할 때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을 무기로 자주 들고나온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체 임금노동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임금노동자 비율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으로 기업이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니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도 어김없이 최저임금 수준이 높은 탓에 미만율도 여전히 높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 주장에 허점이 많다는 반론도 잇따른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각각 활용해 추정하고 있어 두 가지 수치로 나뉜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9년 말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통계에 관한 분석’ 보고서를 보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전체 임금노동자가 포함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만율 계산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다. 사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는 미만율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비교적 정확하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약 200만명의 임금노동자가 빠진다. 두 원자료의 단점으로 인해 어느 통계를 이용하든 정확한 미만율 계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미만율 추이를 살펴보는 데 통계를 활용할 순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활용한 미만율은 2016년 7.3%로 201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6.1%, 2018년 5.1%, 2019년 4.8%, 2020년 4.4%, 2021년 4.4%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활용한 미만율도 2019년 16.5%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5.6%, 2021년 15.3%로 하락 추세다. 경총은 지난 2일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에서 경제활동인구조사 분석 결과, 지난해 미만율은 12.7%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하락 추세인 것은 전년 대비 최저임금 인상률이 2018년, 2019년 각각 16.4%, 10.9%를 기록하고 2020년부터는 한자릿수로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2019년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2020~2022년 3년간 감소세를 보이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미만율은 수치가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상봉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두 원자료의 장점을 결합하고 일정한 가정하에서 미만율을 다시 계산해보니 2018년 기준 미만율은 10%에 많이 못 미쳤다”고 밝혔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2018년 미만율이 15.5%라는 점을 고려하면 간극이 큰 것이다.
경총이 이번 보고서에서 두 가지 통계 중 상대적으로 수치가 높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미만율만 인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아닌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준 미만율을 보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2018년, 2019년에도 미만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미만율이 높으니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 안 된다는 경영계 주장과 상반되는 사례다.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이 있다는 것뿐 아니라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노동자 생활 안정을 위해 법이 정한 임금의 최저수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또 미만율이 높아지니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장은 음주운전 사범이 많아지니 혈중 알코올 농도 허용기준을 높여주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