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저출생 해법이라고?…“통계상 관계 없어”

2023.05.25 15:34 입력 2023.05.25 16:18 수정

고용노동부, ‘외국인 가사노동자’ 토론회 개최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합계출생률 증가 없어

“가사근로자법 시행 1년밖에 안 돼 시기상조”

정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 추진

한 중국동포 육아도우미가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모습. 현재는 동포나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결혼이민 비자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만 가사·돌봄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 중국동포 육아도우미가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아주는 모습. 현재는 동포나 한국 영주권자의 배우자, 결혼이민 비자로 입국한 장기체류 외국인만 가사·돌봄 분야 취업이 가능하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홍콩·싱가포르·대만·일본 등 아시아 4개국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합계출생률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한국에선 지난해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돼 내국인력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노동자 관련 공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해 말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공인을 받은 기관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해외의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사례 및 시사점’ 발제문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 도입의 주요 정책 목표로 여겨지는 저출생 극복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는 아시아 4개 국가에서 통계상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 4개 국가의 합계출생률은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홍콩·대만은 2020년부터 합계출생률이 1명 미만으로 떨어졌다. 저출생 근본 대책은 성평등 강화와 노동시간 단축 등이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문에서 정리한 아시아 국가들의 합계출생률.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문에서 정리한 아시아 국가들의 합계출생률.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홍콩·싱가포르는 1970년대, 대만은 1990년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은 2017년부터 도쿄·오사카 등 6개 특별구역에서 일종의 시범사업 방식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만·싱가포르·홍콩은 수요자가 민간 중개기관 알선을 거쳐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한다. 가사노동자는 입주 형태로 일을 하며 해당 국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일본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기업(특정기관)이 고용하는 방식으로, 수요자는 서비스 이용료만 부담한다. 가사노동자는 출퇴근 형태로 일을 하며 최저임금 보장을 받는다. 숙소는 고용 주체인 기업이 제공해야 한다.

조 연구위원은 “비교적 최근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특구에 도입한 일본은 노동인권에 대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해 인권 침해 우려가 높은 입주형을 금지하고, 내국인과 임금 차별을 금지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사·돌봄 영역에 내국인력이 부족한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이었다. 따라서 지난해 시행된 가사근로자법으로 노동조건 개선이 이뤄지면 내국인력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약 1년밖에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서 내국인력 유입 가능성을 도외시한 채, 외국인력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며 “한국에서는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가사근로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추구하는 만큼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제외하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 등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짚었다.

조 연구위원은 또 “현재 민간시장에서 외국인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선호도가 실질적으로 어느 규모인지 제대로 파악된 바가 없으므로, 실질적인 수요와 내국인력 부족 여부를 신중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시기상조라는 우려, 외국인 가사노동자 노동인권 침해 가능성 등에도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상임 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고용허가제도 소개 및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관련 검토’ 발제문에서 시범사업 추진방향에 대해 “서비스 이용자와 의사소통이 용이한 국가 또는 정서적 거부감이 적은 국가를 중심으로 우선 협의하겠다”며 “국내 현실을 고려해 적합한 고용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관련 경력·지식 보유 여부, 연령, 언어능력, 범죄 이력 등을 검증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소규모로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담당관은 “청소·간병·육아 등 다양한 직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국민 여론조사를 추진해 우리 사회에 맞는 구체적 도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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