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폐쇄 계획에 고용안정 ‘흔들’
정부 지원 부족에 ‘각자도생’···퇴사 심각
“발전소 폐쇄계획 나온 걸 보고 나니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걱정하는 분도 많고요.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태안에 터전을 잡고 있으니 더 걱정이 커요.”
충남 태안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전소 정비 업무를 하는 하청노동자 박종현씨(36)의 동료들은 최근 연달아 퇴사를 하고 있다. 20~30대는 물론 ‘허리’인 40대까지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회사를 떠났다. 정부가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하면서다.
기후변화 대응과 산업전환이라는 ‘대의’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문제는 실직 위기에 내몰린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정부의 고용안정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박씨는 “재취업 교육을 한다고 해서 가 보면 도움이 안 되고 주먹구구식으로 교육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산에 아이스크림 공장이 있으니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했다.
각자도생에 내몰린 이들은 각자 알아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하면 채용이 적어 이직이 될지는 의문이다.
14년차인 박씨는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주변 사람들도 ‘(발전소 일은) 본인이 그만두지만 않으면 평생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태안은 특히 발전소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지역 산업도 위기라,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고 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고용불안을 겪는 발전소 비정규직들의 ‘퇴사 러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정의로운 전환’이 되려면 기존 노동자들에 대한 재취업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노조 전체대표자회의와 한국노총 한전산업개발노조가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발전소 정비 등을 담당하는 한전산업개발(1차 하청)과 그 아래 2차 하청업체에서 2021년부터 2024년 7월까지 1142명이 퇴사했다. 지난 6월 기준 한전산업개발과 2차 하청업체 인원은 3404명인데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최근 3년 반 사이 퇴사한 것이다.
특히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많았다. 한전산업개발과 2차 하청업체 퇴사자 중 20~30대 비율은 66.1%에 달했다. 전체 인원 중 20~30대 비율은 44.3%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한국발전기술과 그 아래 2차하청업체 총원은 896명(7월 기준)인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퇴사자는 총원의 50.1%인 449명에 달했다. 퇴사자 중 20~30대 퇴사율은 52.1%로 절반을 넘었다.
‘퇴사 러시’는 정부가 2020년 12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이 지난해 1월 발전비정규직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다른 고용불안 인식은 2021년 76.0%에서 2022년 79.2%로 증가했다. 응답자 83.0%는 고용보장을 책임져야 할 주체로 ‘정부’를 꼽았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노조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발전노동자 총고용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통한 노동자 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조성해 고용조정지원금을 지원하고, 무리한 경쟁입찰로 고용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