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은 묻어라?…서울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황당 매뉴얼’

2024.10.01 06:00 입력 2024.10.01 06:03 수정

발생 1년 지나면 각하 명시

근로기준법 취지와 배치

서울시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매뉴얼에 괴롭힘 발생 1년이 지나 신고한 경우를 사건 각하 사유로 명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는 괴롭힘 신고에 제척기간을 두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30일 “서울시가 지난해 4월 개정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매뉴얼에 정체불명의 각하 사유 목록을 추가한 것은 괴롭힘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6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처리 매뉴얼을 제정한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이 매뉴얼을 개정했다. 새 매뉴얼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각하 사유’ 7가지를 명시했다. 각하 사유는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거나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괴롭힘 예방 대응 담당자(노동정책담당관)가 조사담당관에게 조사를 의뢰하기 전 참고할 수 있도록 제시된 것이다.

각하 사유 중 하나는 ‘신고의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이 지나서 신고한 경우’다. 직장갑질119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사건은 각하한다’는 서울시 기준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신고에 제척기간을 두지 않은 근로기준법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신고의 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각하 사유다. 이를 두고 정식 조사도 이뤄지기 전 담당자의 임의적 판단으로 사건이 각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자가 명백하게 사건의 정식 조사에 반대하는 경우’를 각하 사유로 정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의사를 존중하는 기준으로 보일 수 있지만 회사 조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거나 정식 조사가 시작되면 ‘분란을 일으킨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워 정식 조사를 망설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은 ‘피해자 본인이 사용자의 조사를 원하지 않는 경우일지라도 사용자는 법률에 따른 조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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