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영상을 게임 보듯 소비”…MBC, 유튜브 생중계 논란

2022.02.28 22:20 입력 2022.02.28 23:31 수정

우크라이나 키예프 현지 CCTV ‘실시간’ 유튜브 송출하는 MBC

<b>“평화적 해결을”</b>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28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연 후 전쟁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평화적 해결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과 주한 우크라이나인들이 28일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연 후 전쟁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MBC가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러시아군이 침공해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해 논란이 되고 있다.

MBC의 유튜브 중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다음날인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영상은 키예프 시내 일부를 24시간 비춘다. 현지 CCTV 영상 아래로는 자사 뉴스가 작게 삽입돼 함께 송출된다. 28일 오후 3시 기준 4449명이 시청했다.

영상 옆으로는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 댓글이 달린다. 영상에서 아무런 상황도 벌어지지 않자 일부 시청자는 “핵 날리는 걸 보고 싶다” “(전쟁) 속보나 달라” “점령(되는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나 우크라이나의 상황과 무관한 혐오성 댓글도 쉽게 볼 수 있다.

교전중인 상황 실시간 중계
시청자 댓글에 혐오 표현도

“관점도·해석도 없이 제공
알권리 충족 위한 것 아냐”
전문가 “본질 호도” 비판

김나리 미디어인큐베이터오리 대표는 “MBC가 제공하는 CCTV 영상에는 전쟁에 대한 MBC의 관점도, 해석도 전혀 없다”며 “이 때문에 댓글창에서는 전쟁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난무할뿐더러, 사람들은 마치 게임을 보는 것처럼 이 영상을 관전하고 있다”고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현재 MBC 유튜브 채널의 실시간 댓글창에는 시청자들이 전쟁을 게임처럼 소비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공격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입는 피해를 전하겠다는 언론사의 취지는 시청자들이 전쟁 영상을 게임인 양 소비하는 순간 사라졌다”고 했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전쟁에서의 알권리는 전투장면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전쟁의 참상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나, MBC가 내보내는 실시간 영상처럼 모든 걸 여과 없이, 마치 게임 중계 보듯 전달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보도로는 전쟁과 관련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해 전쟁을 둘러싼 본질적인 맥락이 흐려질 수 있다”고 했다.

MBC 측은 “ ‘끝까지 라이브’는 시청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뉴스 가치가 있는 현장 영상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우크라이나 현지 영상도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면서 “영상에서 교전 장면 등 자극적인 부분은 사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향후 실시간 댓글 등은 더 세심하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는 자사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SBS와 JTBC도 유튜브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송출했으나 이날 추가로 송출한 것은 없다. KBS는 AP통신을 비롯한 외신 영상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현지 생중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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