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세상 속으로’

‘텐프로 2차’ 연예인급 외모면 가격 상상초월…요지경 속의 룸살롱

2013.02.01 21:07 입력 2013.02.02 11:45 수정

룸살롱은 도대체 몇 개나 될까. 서울에서 룸살롱이 밀집해 있는 곳은 역삼동, 삼성동, 청담동 등 강남지역이다. 강남구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고된 단란주점은 403개, 유흥주점은 301개 업소였다. 서울 전체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란주점은 3164개, 유흥주점은 2377개 업소에 이른다.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하는 형태인 룸살롱은 유흥주점으로 신고해야 한다. 단란주점은 접대부를 고용할 수 없다. 하지만 단란주점으로 신고한 채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해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단란주점으로 신고하고 접대부를 고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영업을 위해 접대부를 고용하는 업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룸살롱에도 등급이 있다. 룸살롱은 크게 ‘텐프로’ ‘쩜오’ ‘세미·클럽’ ‘하이퍼블릭·퍼블릭’ ‘하드코어·풀방’ 등 5개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주요 접대 장소인 유흥업소도 수요층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양주 한 병에 수백만원을 받는 고급 룸살롱이 성업 중인가 하면, 소주를 팔면서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해 룸살롱식 영업을 하는 노래방도 생겨났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불황이 깊어지면서 주요 접대 장소인 유흥업소도 수요층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양주 한 병에 수백만원을 받는 고급 룸살롱이 성업 중인가 하면, 소주를 팔면서 불법으로 접대부를 고용해 룸살롱식 영업을 하는 노래방도 생겨났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텐프로, 쩜오, 세미·클럽 등 가격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
클럽 등급은 방이 100개 넘고 접대부 500명 정도 있어야
불황에 룸살롱도 양극화 심화… 24시간 ‘2부 영업’ 하는 곳도

가장 높은 급인 ‘텐프로’와 다음 단계인 ‘쩜오’는 전체 룸살롱의 10% 안팎이다. 최근에는 업소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최고급 룸살롱인 텐프로는 특히 많이 줄어 서울시내에선 10여개만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룸살롱 업주 강주원씨(가명)는 “텐프로에서 판매하는 술은 최하가 발렌타인 17년산이고 고급 와인도 있다. 텐프로에 가는 손님들은 발렌타인 17년산도 창피해서 못 시켜 150만~200만원짜리 발렌타인 30년산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텐프로의 특징은 ‘TC’가 없다는 것이다. TC는 술값, 안주값을 제외한 여성 접대부에게 주는 금액을 말한다. 룸살롱에서는 불법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텐프로는 내부 규정으로 여성 접대부가 성매매, 일명 ‘2차’를 못 나가도록 하고 있다. 강씨는 “손님이 2차를 원하면 매니저가 안된다고 하지만 돈만 주면 2차를 간다”면서 “2차를 가려면 웬만한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줘야 하고, 연예인급 외모면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 접대부들은 일어·중국어·한국어 등 3개 국어도 한다”고 말했다. 텐프로는 과거 역삼동 인근에 밀집해 있었는데 최근 대부분 청담동으로 옮겼다. 강씨는 “청담동이라고 하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룸살롱 업주들이 선호한다”고 했다.

바로 아래 급인 쩜오도 가격이 텐프로 못지않은 수준이다. 쩜오는 특히 혼자 찾는 손님이 많다. 강남지역의 쩜오급 룸살롱은 4~5년 전만 해도 100개 넘게 있었지만 최근 20개 정도로 줄었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쩜오 아래 단계에는 세미와 클럽이 있다. 클럽 등급까지는 노래방 기기가 아닌 밴드가 반주를 한다. 지난해 회자됐던 강남지역 최대 규모 룸살롱인 ‘YTT(어제오늘내일)’가 이 등급에 속한다. 강씨는 “일반적으로 클럽 등급의 룸살롱은 방이 100개가 넘고, 여성 접대부가 500명 정도”라며 “손님들이 여성 접대부를 고를 때 여러 번 교체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부터 오지 않아 그걸 맞추려면 50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클럽 아래에는 전체 룸살롱의 절반을 차지하는 하이퍼블릭과 퍼블릭 등급이 있다. 이 등급의 룸살롱부터는 노래방 기기를 두고 운영한다. 강씨는 “주로 방이 20개, 영업진 10~15명, 여성 접대부 35명 정도 규모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이퍼블릭, 퍼블릭 등급 정도의 룸살롱에서 2명이 2차를 포함해 술을 먹으려면 금액이 100만원을 웃돈다. 이 가운데 15~20%가 업주에게 돌아가는 금액이다. 강씨는 “술값과 TC, 2차 비용, 웨이터 팁 등을 빼고 남는 금액이 업주에게 돌아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6~7팀이 방문하면 업주의 수입은 하루 100만원, 한 달이면 2000만원인 셈이다.

가장 아래 등급으로 하드코어·풀방·하드풀방 등이 있다. 하드코어는 일명 ‘북창동 스타일’로 불리기도 한다. 하드코어에서는 불법 성매매가 아닌 유사 성행위가 이뤄진다. 물론 불법이다. 풀방은 불법 성매매를 하는 룸살롱을 말한다. 최근에는 하드코어와 풀방이 합쳐진 형태의 하드풀방, 하드풀방에 안마시술소를 합친 형태 등 룸살롱 형태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강씨는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보고 찾아간다. 문 열어놓는다고 오지 않는다. 전체 룸살롱의 10%를 차지하는 이 등급은 최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문자메시지, 온라인 등으로 광고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이 많이 찾는다. 다른 룸살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사실 다른 곳은 다 죽으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과거 유행했던 ‘미러방’ ‘유리방’ 등은 사라졌다고 한다. 미러방과 유리방은 거울이나 유리 건너편에 있는 접대부를 손님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형태의 룸살롱이다. 강씨는 “업주 입장에서 굳이 접대부들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없다. 요즘은 손님들이 일찍 오지 않으면 접대부를 선택하기도 힘들다. 선택하려면 초저녁이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룸살롱에도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잘되고, 안되는 곳은 안되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강씨는 “가격이 싼 곳이 호황이고 비싼 곳은 살아남기 힘들다. 가격이 싼 업소도 시설을 잘해놓기 때문에 손님들이 굳이 비싼 곳을 안 간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퍼블릭 등 중간 등급의 룸살롱들은 살아남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한다. 이른바 ‘2부’ 영업이다. 룸살롱 업계에서는 저녁부터 새벽까지의 야간 영업을 1부, 점심부터 저녁까지의 영업을 2부라 부른다.

강씨는 “낮에 강남을 돌아다니다 보면 낮 12시쯤 술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손님이더라. 한 번은 오후 5시쯤 다른 가게에 놀러갔는데 손님 한 명이 완전히 취해 있었다. 종업원에게 언제 온 손님인지 물었더니 오후 1시에 왔다고 했다. 여성 접대부는 집에서 자다가 전화 받고 왔다고 했다. 강남에 룸이 20개 정도 있는 가게의 한 달 월세만 1600만~2000만원 정도이다. 이렇게 하루 종일 풀로 돌려야 비싼 월세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룸살롱이라도 낮시간에 영업하는 2부의 가격은 1부의 절반 정도다. 강씨는 “양주 한 병이 1부 때 20만원 정도라면 2부는 13만~15만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여성 접대부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1부와 차이가 있다. 2부는 대부분 2차 없이 술만 판다. 2부를 이용하는 손님 층은 연예인, 운동선수가 많다. 유명한 연예인이 온다기보다 만나도 사인 받고 싶지 않은 급의 연예인이 주로 온다”고 말했다.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텐프로 2차’ 연예인급 외모면 가격 상상초월…요지경 속의 룸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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