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리’ 충암고, 쫓겨난 전 이사장 지시로 비리 제보한 교사 ‘담임 배제’

2016.03.06 16:32 입력 2016.03.06 16:34 수정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 ‘막말’을 했던 서울 충암고에서 지난해 ‘급식비리’를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 교사를 최근 1학기 입학식 직후 담임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사의 ‘담임 배제’를 지시한 사람이 비리로 쫓겨난 전 이사장이라는 의혹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선 경위를 파악하고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이 있다면 교육청에서 조사를 하고 관련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암고는 지난해 교감이 급식비를 미납한 학생들한테 “밥 먹지 마라” 등 막말을 했고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교장 등이 급식비를 빼돌린 급식비리까지 적발됐다.

충암고 ㄱ교사는 6일 “급식비리를 제보했던 ㄴ교사가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입학식 직후 담임 교체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원래 ㄴ교사가 맡기로 했던 1학년 담임은 기간제 교사로 교체됐다. ㄱ교사는 또 “일부 선생님이 교장선생님 등을 면담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ㄴ교사는 지난해 5월 서울시교육청 쪽에 충암고의 급식비리 의혹을 제보했고, 교육청 감사에서 당시 교장(현재 충암중 교장)과 행정실 관계자 등이 식재료를 빼돌리거나 배송인력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급식비 4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현재 검찰 수사 중이다.

갑작스럽게 교체된 이유는 전 이사장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ㄱ교사는 “입학식에서 여전히 이사장이라고 호칭되며 참석한 쫓겨난 전 이사장이 신입생 담임 소개할 때 ㄴ교사가 담임 맡은 것을 알고 노발대발하면서 교체하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ㄴ교사는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1년 계획과 앞으로 한 반에서 어떻게 지낼지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학교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날 ㄴ교사는 아이들과 인사만 마치고 기간제 교사로 담임이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교체를 결정하는 등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에 실린 서울 충암고에서 지난해 식재료를 횡령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서울시교육청 감사보고서에 실린 서울 충암고에서 지난해 식재료를 횡령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담임 퇴출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이사장은 2000년 5월 충암고 교장에게 조카의 병역 면제를 부탁했다가 제3자 뇌물교부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9년에는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난방시설 공사비 가운데 3억55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아 이사장직을 박탈당했다. 2008년 학교에 복귀했으나, 2011년 서울시교육청 종합감사에서 또다시 공사비 횡령과 회계 부정 등이 적발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는 법인 사무국장 자격으로 학교를 드나들고 있다. ㄱ교사는 “학교 일에 관여하지 말라고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한 것인데 법인 사무국장으로 출근하면서 여전히 이사장처럼 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충암고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쌀, 식용유 외 모든 품목의 식재료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으로 쌀을 빼돌리고 식용유는 반복해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1억5400만원에 달하는 식자재 비용을 횡령했고 당시 교육청은 “쌀과 식용유 외에 소시지와 식빵 등 공산품 식자재의 경우까지 조사를 확대하면 식재료 관련 횡령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충암중·고교는 급식 배송을 용역업체에 위탁하는 것처럼 꾸며 용역근무 일지를 작성하고 실제로는 학교가 채용한 조리원에게 배송을 맡기는 수법으로 회계를 조작, 최소 2억5700만원의 용역비를 허위청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암고 측은 급식 배송 허위 용역계약에 대해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오히려 실비정산 조항을 삭제하는 등 더 불투명한 방향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청은 급식실에서 근무한 여러 명의 묵인과 공모 속에 횡령이 조직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깊숙이 관여한 퇴직 영양사 1명을 고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진위를 파악해보고 공익 제보 교사에게 불이익을 준 것이라면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하고 원상회복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충암고 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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