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여소야대 압박’ 집단 청원사이트 구축

2016.07.11 06:00 입력 2016.07.11 06:03 수정
강진구 기자

국정원 출신 김흥기씨 ‘전학연’ 출범식서 직접 제안

오프라인 조직·구성원도 확보…폭넓은 활동 예고

지난달 9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 출범식을 열고 보수우파 세력들의 집단사이버청원사이트 구축을 제안한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씨(원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보수시민단체 회원들이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체연합(전학연) 출범식을 열고 보수우파 세력들의 집단사이버청원사이트 구축을 제안한 국정원 출신의 김흥기씨(원안)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수단체 인사들이 여소야대 국회를 압박하기 위해 우파 세력의 목소리를 조직화하는 집단청원 사이트 구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사이트는 국가정보원 출신의 김흥기 전 카이스트 겸직교수가 주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9일 300여명의 학부모와 전국 74개 교육단체들이 모여 국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학부모교육시민단연합(전학연) 출범식에서 김씨가 청원사이트 구축을 직접 제안하고 소개한 동영상을 10일 입수했다. 행사에서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 등에 이어 김씨가 ‘전학연 대외협력위원장’ 자격으로 마지막 연사로 등장했다. 이희범 전학연 사무총장은 “2월이나 3월쯤 김씨가 찾아와 집행부들이 있는 가운데 사이버 청원운동을 제안했고 다들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15분간 이어진 강연에서 “우파의 단체들과 협회들을 보면 전부 다 제각각 활동을 한다. 우리의 활동 방향은 각개약진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여소야대가 된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온라인 청원사이트 구축을 제안했다. 김씨는 “여기(청원사이트)에서 서명을 하면 서명하는 개수가 바로바로 10만, 20만 올라가고 그걸 출력하면 바로 그것을 가지고 국회에 청원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청원사이트에 ‘목표 서명수’와 ‘현재 서명수’ 보여주기 기능,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이트에 연결되는 ‘바로가기’ 기능, 댓글을 통해 토론 및 피드백을 유도하는 기능, 서명인 리스트 출력 기능이 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청원사이트를 움직이기 위한 오프라인 조직 구성원도 이미 많이 차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프라인 조직은 운영위, 기획위, 자문위로 구성되고 각 분과위원회는 국회 18개 상임위와 일대일 함수관계로 만들어 놓았다”고 했다. 청원사이트가 이미 상당 정도 조직과 인원을 확보하고 있고, 단지 교육뿐 아니라 폭넓은 이슈를 겨냥해 활동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김씨가 제안한 청원사이트는 현재 174개 보수단체가 링크돼 있는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홈페이지(애국닷컴)에 샘플이 올려져 있다. 샘플용 청원서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주세요(10만명 청원)’라는 제목 아래 이 시장에 대한 온갖 비방글이 제시돼 있다. 김씨는 행정고시(36회) 출신으로 1996~2000년 국정원에서 근무한 뒤 2012년 새누리당 대선캠프에서 활동했다. 이어 2014년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내에서 ‘댓글부대’ 용역 논란을 일으킨 인터넷 언론매체 회장을 지냈다.

김씨는 지난해 9월에도 국정홍보 월간지 ㄷ화보에 접근해 청와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름을 팔며 이와 유사한 구상을 밝혔다. 당시 김씨를 만난 ㄷ화보 김모 사장 메모에는 “요구, 지지, 정책, 예산, 법률, 각계 협회, 단체, 학회, 세력 과시하면서 요구사항 주장, YES 찬성자만 수용. NO는 처음부터 불가, <청원> 정치집단 바꿔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안 비서관은 김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한다”고 밝혔으나, 안 비서관을 끌어들인 김씨 활동에 대한 진상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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