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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민중총궐기

‘무당’, ‘세월호 인신공양’說…최순실 게이트, 괴담과 진실 사이

2016.11.12 12:33

‘무당’, ‘세월호 인신공양’說…최순실 게이트, 괴담과 진실 사이

왜 ‘무당’일까. 최순실씨에 대해 세간에서 언급할 때 무당이라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주변에 물었다. 푸닥거리를 했다거나 그녀가 무속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최씨와 지금 논란이 되는 딸 정유라씨, 최씨 언니 순득씨, 순득씨의 딸 장시호씨 등은 강남의 한 유력 개신교 교회에 오랫동안 등록해 다닌 신자로 알려져 있다. 왜 ‘무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설득력 있는 답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나 ‘영혼’을 사실상 지배한 사람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 씨가 9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로 향하고 있다./정지윤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며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 씨가 9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뒤 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버스로 향하고 있다./정지윤기자

아마 박 대통령은 고 최태민 목사에 대해 한국의 라스푸틴이니 요승 신돈이니 하는 세간에 도는 이야기가 억울할 것이다. 최씨 일가의 전횡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근거 없는 괴담’, ‘선동’과 같은 꼬리표를 붙여 단속했을지도 모르겠다.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며 유포되는 ‘세월호 인신공양설’도 마찬가지다. 사교에 빠진 최씨 일당이 박 대통령과 공모해 교주 최태민의 부활을 위해 304명을 의도적으로 진도 앞바다에 수장(水葬)시켰다는 이야기다.

프랑스혁명 당시 처형된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과자를…”이라고 이야기했다가 궁핍에 시달리는 민중들의 분노를 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 에피소드가 사실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앙투아네트는 과자(브리오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으며, 이 이야기의 기원은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에 언급되는 일화로, 책에도 앙투아네트를 발화의 주인공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고양이 대학살>로 유명한 역사사회학자 로버트 단턴은 <책과 혁명>에서 프랑스혁명의 지적 기원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흔히 자유, 평등, 박애로 요약되는 계몽사상가들의 책은 실제로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혁명 시기에 영향을 끼친 책들과 사상은 정치적 비방중상문, SF, 그리고 포르노그래피였다. 프랑스혁명 전에 이들 계몽사상가들을 사로잡은 ‘과학’은 메스머리즘-동물자기론과 같은 비과학이었다.(로버트 단튼, <혁명전야의 최면술사> 참조) 계몽사상의 이념은 사후적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혁명신화일 뿐이다.

분명, 지금의 국면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는 쏟아져나왔던 루머의 문제를 지적할 것이다. 5·18 당시 ‘공수부대가 여고생의 젖가슴을 도려냈다’와 같은 루머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어쨌다고?

설혹 ‘괴담에 흥분한 일부 불순분자의 난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건 역사의 큰 물줄기에서 지류에 해당한다. 본류는 최씨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있었고, 그것이 헌정 70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 시스템을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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