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

“박라임 퇴진하라” 커진 분노…풍자도 더 빛났다

2016.11.20 22:28 입력 2016.11.21 00:12 수정

‘박근혜 하야 발표’ 실린 가짜 호외신문 등 기발한 풍자

가수 전인권 “세계에서 가장 폼나는 촛불시위 만들자”

<b>‘촛불 파도’</b>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쓰인 손팻말과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촛불 파도’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쓰인 손팻말과 플래시를 켠 스마트폰,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4차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체포하라” 등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이후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이 드러나면서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분노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집회보다 시민들은 더 격앙돼 있었다. 고등학생 배유진양(18)은 “대통령 당신이 꼭두각시이지 대한민국 국민은 꼭두각시가 아님을 기억하고 당장 하야하라”고 말했다. 황혜영씨(45)는 “박 대통령이 변한 게 없고 자꾸 국민 탓만 계속하고 있다”며 “우리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대통령을 최순실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가수 전인권씨가 등장했다. 전씨는 “혹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한 대 때리면 그냥 맞아라.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맞은 사람들이 무지 많다”며 “세계에서 가장 폼 나는 촛불시위가 되게 하자”고 말했다. 전씨는 이후 애국가를 불렀고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일부 시민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광화문광장 집회에 애국가가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b>끌려가는 최순실</b> 지난 1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촛불대회에서 시민들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얼굴 가면을 쓴 시민을 포승에 묶어 끌고 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끌려가는 최순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 촛불대회에서 시민들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얼굴 가면을 쓴 시민을 포승에 묶어 끌고 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회에는 ‘민주묘총’이란 깃발이 등장했다. 민주노총을 패러디한 이 깃발 아래에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시민들이 모였다. 이 밖에도 범야옹연대, 전견련, 범깡총연대, 장수풍뎅이연구회, 얼룩말연구회, 전국양배추취식연합회 등 대중문화·반려동물·취미 등을 중심으로 모인 시민들의 깃발이 나부꼈다.

4차 촛불집회에서는 풍자와 해학도 더욱 풍성해졌다. 이날 집회에는 반짝이는 운동복을 입고 박 대통령의 가면을 쓴 ‘박라임’이 등장했다. ‘박라임’은 박 대통령이 당선 전 차병원그룹의 건강검진센터 차움의원에 내원하면서 드라마 <시크릿가든> 여주인공 이름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쓴 사실을 비꼰 것이다. 시민들은 또 “길라임은 퇴진하라” “박라임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중가수 임한빈씨가 목동 아리랑을 개사해 만든 ‘하야가’는 촛불집회의 히트곡이 됐다. 시민들은 행진하며 “하야 하야하야 하야하야 하야야, 꼭두각시 노릇하며 나라 망친 박근혜야~”를 불렀다.

<b>불 꺼진 청와대</b> 지난 19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기 위해 경복궁 일대를 에워싸고 있다. 경복궁 너머 왼쪽에 불 꺼진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불 꺼진 청와대 지난 19일 오후 서울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기 위해 경복궁 일대를 에워싸고 있다. 경복궁 너머 왼쪽에 불 꺼진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촛불 꺼지기 전에 박근혜부터 꺼져라’ ‘길라임씨. 저예요. 김하야’ ‘0% 지지율도 실력이야. 부모를 탓해’ 등의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덕수궁 담벼락에 대통령의 ‘대(大)’자 대신 ‘견(犬)’자를 붙인 현수막을 걸었다.

‘박근혜 하야 발표’라는 톱기사가 실린 가짜 호외 신문도 등장했다. 이 신문에는 박 대통령의 사과 사진과 함께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란 자막이 달려 있었다.

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 여성혐오 표현이 나오면 제지하겠다”고 밝혔다. 페미당당,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여성·성소수자 단체들이 여성혐오 표현과 성추행을 감시했다. 주최 측은 응급 의료지원단과 자원봉사센터, 상황실, 물품 안내소를 운영했다.

[100만 촛불]“박라임 퇴진하라” 커진 분노…풍자도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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