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수고 덜어주자” 자발적 제거…연행자 없이 마무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지난 19일 4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경찰의 ‘차벽’을 온통 꽃으로 치장했다. 행진을 가로막은 차벽에 대한 저항의 의미다. 이날 집회는 연행자가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예술계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세븐픽처스’와 자원봉사자들은 1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서 꽃 그림이 담긴 스티커 2만9000장을 무료로 배포했다. 이들은 스티커를 경찰의 차벽에 붙이도록 권유했다. 이 같은 퍼포먼스는 이강훈 작가가 제안했고, 세븐픽처스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스티커 제작 자금을 모았다. 이 작가는 트위터에 “적극적인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하는 율곡로와 사직로에 설치된 경찰 차량 수십대에 무궁화, 개나리, 나팔꽃, 장미 등 다양한 종류의 꽃그림 스티커를 붙였다. 엄마가 건넨 스티커를 작은 손으로 눌러 붙이는 아이도 보였다. 투박하고 위압적인 차벽이 ‘꽃벽’으로 변하자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10시30분 공식 집회가 끝날 무렵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차벽에 붙은 스티커를 떼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스티커를 제거해야 하는 의경들의 수고를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실제 경찰 차량 안에 있던 한 의경은 창문을 열어 “감사합니다”라고 적은 쪽지를 시민에게 전달했다.
지난 12일 집회에서 일부 시민들이 내자동로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연행자도 23명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날은 시민과 경찰 간 충돌이 전혀 없었다. 한 남성이 차벽에 올랐으나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자 금세 내려왔다. 연행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시민들은 경찰에게 장미꽃을 주거나 악수를 청하며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일부 참석자들은 종량제 봉투를 들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