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 촛불집회, 전국서 70만명 모여 ‘축제의 장’
퇴진행동 “25일, 박 전 대통령 구속 촉구 집회”
‘국민이 직접 정치하는 나라, 적폐청산, 새로운 세상으로 뚜벅뚜벅 걸어요.’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다양한 조화들로 꾸며진 ‘꽃길’에는 이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꽃으로 둘러싸인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김은정씨(23)는 “시민들이 이런 꽃길만 걸을 수 있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망가뜨린 사회 시스템들이 제대로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에서는 축제와 다짐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를 주제로 20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서울 65만명을 비롯해 전국 70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4개월간 우리는 주권자인 촛불의 힘으로 대한민국을 움직여왔다. 우리의 촛불이 꺼지는 순간 다시 저들만의 세상이 시작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조금 더 가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언론개혁·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세월호 인양 촉구 등 이른바 ‘박근혜표’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중단, 세월호 희생 교사 순직 인정 등의 서명운동도 활발히 진행됐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사회적 적폐를 청산하는 첫번째 출발점은 언론·검찰개혁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언론이 제대로 전달했다면, 검찰이 똑바로 일해서 이재용과 박근혜를 제대로 수사했다면 이 차가운 광장에 나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드가 배치될 예정인 경북 성주군 소성리 부녀회장 임순분씨는 “대통령이 탄핵돼서 마을회관에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만세를 부르는데 팔이 절반만 올라갔다. 사드가 온전히 물러가는 그날 힘차게 팔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탄핵축하 전’을 부치고 ‘탄핵축하 장미’를 나눴다. 세종대왕상 앞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축하하는 화환 30여개가 놓였다. 밴드 타카피는 영국 록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를 불렀다. 집회가 끝날 무렵 시민들은 축포를 쏘아올렸다. 시민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한 뒤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승리 축하 콘서트’를 즐겼다.
‘탄핵축하 전’을 무료로 나눠준 권청기씨(52)는 “잔치에 전이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해 부추 100㎏ 분량의 전을 무료 나눔했다”고 말했다. 우호창씨(47)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된 사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너무 멋지다”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 4월15일에는 세월호 3주기 추모 촛불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