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태원 살인’ 20년 뒤에도…SOFA에 막혀 미군범죄 속수무책

2017.11.06 22:14 입력 2017.11.06 22:21 수정

주한미군, 또 다른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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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경기 평택에서 미 7공군 51헌병대 소속 미군 7명이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한국인 3명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불법 체포로 판단한 검찰은 2013년 6월 주한미군에 전원 기소 방침을 전달했지만 주한미군은 ‘공무 중 발생한 일’이라며 공무집행 증명서를 제출했다. 결국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미군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해당 미군 중 일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3월 ‘한국 검찰이 요구하면 출석에 응하겠다’는 확인서와 보증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인이 대상이었다면 극히 이례적이고 비정상적인 일로 여겨졌겠지만 주한미군이 대상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부속합의록 제22조 3항 ‘공무 중 발생한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미국이 재판권을 갖는다는 조항 때문이다. 사실상 미군이 공무 중이었다는 증명서만 제출하면 어떤 사건이라도 1차적 재판권을 미군이 가져가게 된다.

지난 7년 동안 일어난 미군 범죄를 살펴보면 주한미군 10명 중 7명이 기소를 피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주한미군 범죄 사건은 모두 2436건이었다. 사건처리된 2162건 중 약 69.5%에 해당하는 1504건이 불기소됐다. 최근 4년간을 살펴보면 불기소율은 증가 추세다. 2014년 63.1%이던 불기소율은 2015년 69.5%, 2016년 75.9%, 올해는 78.2%로 증가했다. 특히 살인, 강도, 상해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주한미군에 대한 불기소율은 2014년 66.6%였지만 점점 증가해 올해 86.6%가 됐다.

재판에 회부되는 비율은 더 낮다. 2010년 구공판(정식 재판) 처분을 받은 주한미군은 전체 처리건수의 3.7%에 불과했다. 재판회부율은 최근 소폭 증가했지만 2014년 7.9%, 2015년 4.8%, 2016년 5.7%, 올해 1~7월 4.1%로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이다. 미군 요청으로 한국 법무부가 재판권을 포기한 사건이 얼마나 있는지는 건수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매년 200~300건가량의 주한미군 범죄가 발생하지만 SOFA 규정 탓에 수사 자체가 어렵다보니 처벌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에서 한 대학생이 미군속 자녀 아서 존 패터슨에게 살해당한 ‘이태원 살인사건’은 올해 1월 징역 20년이 선고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2000년 3월 경기 의정부에서는 성매매 여성이 살해당했지만 유력 용의자였던 미군은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2011년 9월 경기 동두천에서 10대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ㄱ이병은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찰이 부대로 돌려보냈고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SOFA 규정은 2001년 개정됐지만 여전히 살인·강간 현행범에 대해서만 구속이 이뤄지고 있다. 그해 11월 ㄱ이병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1992년 10월 경기 동두천 미군전용클럽의 여성 종업원이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살해당한 사건의 경우 검찰은 마클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SOFA 규정으로는 형이 확정되기 전 한국 사법당국이 미군을 구속할 수 없었다. 사건 발생 1년6개월 만에야 대법은 마클에게 미군 범죄 사상 최고 형량이었던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마클은 2006년 8월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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