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문학은 한 몸?’ 최영미 시인이 말한 ‘문단풍경’이 이런걸까

2018.02.10 13:29 입력 2018.02.10 19:09 수정

‘술과 문학은 한 몸?’ 최영미 시인이 말한 ‘문단풍경’이 이런걸까

한 시인이 7년 전 월간지에 기고했던 글이 최근 최영미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 폭로를 계기로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총무를 지낸 시인 이소리씨가 월간 ‘신동아’ 2011년 6월호에 쓴 ‘문인들의 술 풍경(하) - 술과 문학은 한 몸이여’라는 제목의 글이 바로 그것이다.

이씨는 앞서 ‘신동아’ 2011년 5월호에는 ‘문인들의 술 풍경(상)-술이 문학잡아 먹어? 문인이 술 잡아먹어?’를 게재했다. 두 글 모두 이씨가 지근거리에서 목격한 문인들의 술자리 풍경과 술에 얽힌 일화들을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적은 것으로, “(등단 초기 문인들의 술자리에서) 제가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던 최영미 시인의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 어느날 행사를 끝낸 문인들이 탑골공원 근처 단골 술집 ‘탑골’에 모였다. 글에 따르면, 당시 이 자리에는 시인 고은, 이시영, 정희성, 김사인, 강형철, 이재무, 박철, 김성동, 송기원 등 많은 시인·소설가가 모였다. 등단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었던 최영미 시인도 합석했다.

“소설가 송기원이 그때 창작과비평(창비)으로 갓 등단한 최영미 등 여러 문인과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다가 은근슬쩍 시인 최영미 뺨에 입술을 댔던 모양이었다. ‘철썩!’ ‘어어어~ 쟤가 천하의 송기원한테 왜 저래?’ 새내기 시인 최영미가 이를 참지 못하고 소설가 송기원 뺨을 세게 후려친 뒤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씨는 ‘당시 송기원은 유명한 작가였고 최영미는 신출내기였다’면서 “그랬으니, 문인들 입이 절로 벌어질 수밖에”라고 적었다.

이씨는 같은 글에서 술과 관련된 고은 시인의 문제적 사건도 소개하고 있다. 문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고주부 소주사건’이라고 알려진 일이다. 사건은 “2002년 가을,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제1회 청소년문학상’에서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고은 시인이 소주를 마시며 강연을 할 때 일어났다.” 고은 시인은 강연 전 가까운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강연장에 들어갔다. 강연장인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는 100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전작이 있었던 시인은 강연 중에도 소주를 마셨는데, 강연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안 됐을 때 사건이 터졌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강연을 계속하다 보니 같은 말을 반복하며, 말끝을 흐리는 등 횡설수설했다. 그 때문에 강연시간인 1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독자들이 앉아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가 강연할 때 마시던 소주를 들고 내려와 맨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던 주부 4∼5명에게 다가가 입을 억지로 벌려 소주를 들이붓는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작가 목수정씨는 지난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의 링크를 올리고 “70년대도 아니고, 무려, 2011년에, 소위 문단 술판의 걸죽한 광경들이 훈훈한 뒷얘기인 양 포장되어 월간지에 연재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최영미 시인이 증언한, 자신에게 성추행을 시도한 놈들이 한 둘이 아니란 얘기가 다른 각도에서 서술되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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