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2018.09.29 06:00 입력 2018.09.29 14:07 수정

[커버스토리]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출산드라’는 그만 찾으세요

인구절벽에 온 나라가 출산 구호…가임지도까지
경기 침체가 과연 저출산 탓만인지 따져볼까요

인구 문제는 21세기 한국의 ‘공인’된 공포 중 하나다. 포털 사이트에 인구절벽을 검색하면 이를 언급한 언론보도가 지난 6년간 1만건이 넘는다. 공포스러운 미래는 대개 다음과 같이 그려진다. 한국은 8년 후 다섯 명 중 한 명이 고령자(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일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인구(15~64세·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이미 줄고 있다. 곧 내수는 얼어붙는다. 사회보장제도로 부양해야 할 노인 규모가 커 국가재정도 악화한다.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진다. 경기는 침체하고 모두가 신음한다.

그러나 두려울수록 따져봐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상수지만 나머지는 ‘변수’일 수도 있다.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은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인구절벽이 일본식의 ‘잃어버린 세월’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견되곤 하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저출산·인구감소와 ‘잃어버린 세월’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65세 이상’을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고령자로 보는 것은 적절할까. 한국이 다민족사회가 된다면 저출산이 정말 재앙일까.

온 국가가 ‘출산’을 외치고 있다. ‘출산력’이라는 단어가 적힌 공문이 아무렇지도 않게 가정집에 붙어 있거나, 가임여성지도가 만들어지는 등 여성을 출산기계 취급하는 장면이 종종 매스컴을 탄다. 정책 목표가 태어난 아이의 행복할 권리가 아니라 ‘출산’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잠시라도 ‘출산’이라는 구호는 접어두자. 대신 주어진 인구 구조와 규모를 가지고 그럭저럭 잘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보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당신의 미래 상상에 영감을 줄 만한 역사적 사례, 연구, 통계 등을 모았다. 지금 절실한 건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받아들이고 힘을 합해 잘 헤쳐나가기 위한 ‘건강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경기 침체, 과연 저출산·고령화 탓인가

‘소멸해가는 나라’ ‘출산파업·임신파업·결혼파업’ ‘자기중심 사회’….

2018년 한국 언론보도가 아니다. 2006년 독일의 유력 일간지와 시사주간지들이 앞다퉈 쓴 표현들이다. 당시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아이 안 낳는 나라 중 하나였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차 대전 직후에도 독일에선 인구 문제가 걱정이었다.

■ 독일 타산지석 삼는 ‘인구감소 생각법’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왜 문제인지 당시 독일인에게 묻는다면 대체로 ‘민족’을 얘기했을 것이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에 따르면 독일에서 공개적으로 ‘인구감소’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1911년부터다. 1932년엔 인구통계학자인 프리드리히 부르크되르퍼가 <청소년 없는 민족>을 펴냈다. 민족 사멸에 대한 우려가 스며들던 시기였다.

이후 나치 치하에서 인구학은 우생학과 부적절하게 결합했다. 나치는 “우월한 혈통”(아리아인)에 국한해 대대적인 출산장려책을 펼쳤다. 논문 ‘나치 독일의 가족과 인구정책’(유정희)에 따르면, 낙태를 한 여성은 실형에 처했고 수천명의 매춘부를 체포했다. 이어 ‘결혼 자금대여’ 정책을 시행했는데, 여성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가 결혼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대출원금은 자녀를 4명 낳으면 사라진다. 다섯 번째 아이부터는 매달 자녀양육비를 줬고 나중엔 세 번째 아이로까지 확대했다. 여섯 번째 아이를 낳는 여성은 저명인사를 아이의 대부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효과는 크지 않았다. 대출을 받은 부부들은 대개 아이 한 명을 낳고 현금으로 갚았다. “가치 있는” 집단으로 여긴 당 간부의 기혼자조차 평균 자녀 수가 1.1명이었다. 반면 나치는 “유전적으로 열등한 자손의 출산을 금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독일 민족 이외 민족의 출산을 막았다. 205개의 우생학 재판소를 설치해 5만6000건의 강제 불임시술을 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쳐 1950~1960년대 독일에서도 베이비붐이 일었다. 그러나 이내 출산율은 또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다시 저출산이 도마에 올랐다.

민족 소멸 우려 돈 주며 출산장려
이후 국가·미래 불안 내세웠지만
유럽서 가장 아이 안 낳는 나라돼
현재 독일, 인구정책 없지만 풍요

유럽 국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개인 삶 겨냥한 구체적 전략 없고
가족·노동·이민·재정 정책 간
유기적 결합이 성장 돕는다 인식


<모성애의 발명>의 저자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은 2006년 당시 언론과 저명인사들이 주도했던 저출산 논란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논쟁을 바라보면 빠진 게 무엇인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21세기 독일의 저출산 논의에서 “국가적 호소”나 “민주주의적 어조”는 적어도 “공식 공간”에서만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대신 ‘세대 간 합의의 파기’ ‘불안한 연금’ ‘사회복지 체계의 과중한 부담’ ‘경기침체’ 같은 표제어가 전형적인 공포의 시나리오가 되었다”고 말한다. 즉 민족이나 국가적 사명 같은 자리를 대신 메운 것은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였다.

[커버스토리]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전상진 교수는 “무려 100년간 자신들이 없어질까봐 걱정을 했던 독일에서 교훈을 얻자”고 말한다. 지금 독일이 소멸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전 교수는 “인구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처럼 말하는 사람을 일컬어 ‘인구 종말론자’라고 한다”면서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사적연금 시장을 키우거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겨 특정 세대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는 정치적 노림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인구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독일의 인구학자 베른하르트 코펜 교수(코블렌츠대학)는 “인구축소(decline)에 적응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개별 시민을 직접 겨냥해 (그들의 삶에) 개입하려는 인구정책은 현재 독일에 없다”고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영국·프랑스·네덜란드·일본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대해 비교연구한 2010년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명시적인 성장전략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이들 유럽 국가는) 가족정책, 노동정책, 이민정책, 재정정책 간 유기적 결합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압축성장에 이어 ‘압축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 대응 자세도 압축적으로 배울 수는 없을까.

■ 경제는 진짜 망할까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의 가장 문제는 ‘경제’라고들 한다. 한창 일할 나이의 인구(생산가능인구)가 곧 ‘노동자’이자 ‘소비자’인데 이들의 인구규모가 움츠러드니 만들어 팔 제품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하지만 상식은 때로 입증이 어렵다.

한 나라의 경제적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GDP다. 그동안 경제학계에선 GDP와 인구의 상관관계에 대해 오랜 논쟁을 해왔다. ‘인구감소=GDP 하락’ 논리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본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로 꼽히는 요시카와 히로시 릿쇼대 교수는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는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라는 책에서 150년간의 일본 인구추이와 실질 GDP 통계를 제시했다. 일본의 실질 GDP는 1950년 즈음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그러나 인구는 거의 그 자리를 맴도는 수준으로 천천히 증가했다. 요시카와 교수는 “경제성장과 인구는 거의 관계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괴리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요시카와 교수가 노동력 인구 대신 주목하는 것은 ‘노동생산성’이다. 그는 “노동력 인구가 변함없더라도 (혹은 조금 감소하더라도) 한 명의 노동자가 만들어내는 생산물이 증가하면(즉 노동생산성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가 된다”고 말한다.

노동생산성은 주로 기술이 진보할 때 큰 폭으로 뛴다. 일본이 고도성장을 이루기 직전 일본 취업자의 절반 남짓이 농업·임업·수산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했다. 만약 1차 산업 위주로만 국가경제가 돌아간다면 노동력 규모가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고도’ 성장은 어렵다. 핵심은 공업화였다. 일본에서 ‘신기 3종’이라 불린 흑백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는 초창기엔 가격이 비싸 대중화되기 어려웠지만 기술 발전과 함께 가격이 떨어졌다. 노동자 1인당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물이 증가(노동생산성이 상승)한 것이다. 제품이 잘 팔리니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랐다. 고도성장기 일본 ‘노동력 인구’의 증가율은 연평균 1.3%였고 이후 1차 오일쇼크부터 버블이 끝날 때까지(1975~1990년)는 1.2%였다.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인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서 인구절벽 가설을 반박했다. 그는 일본의 1960~2015년의 토지·주식시장을 분석하면서 “‘인구절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1990년 이후 일본의 긴 불황이 ‘인구감소에 따른 수요부진’ 때문에 나타났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구가 아니라 자산시장의 거품 그리고 정책의 연이은 실패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평론가인 이원재 랩2050 대표도 일본의 요시카와 교수처럼 노동력 규모보다 노동생산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21세기의 급격한 기술진보 흐름을 들여다보면 기술이 기존의 인간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입 노동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도 않고 따라서 GDP가 인구 때문에 떨어지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앞으로 인간이 책임져야 할 노동으로는 돌봄과 관리노동 등이 남을 텐데 이런 노동은 시니어들도 잘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의 인구)를 15~64세로 계속 묶어두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이다.

노동력 규모보다 노동생산성 중요
로봇 등 기술진보가 생산성 뒷받침
일본 150년간의 성장·침체기 통해
‘인구감소 = GDP 하락’ 논리 깨져

미래 공포 내세워 출산 강요하는
‘인구지상주의’는 도움 안돼
‘저인구 시대’ 대응 복잡하지 않아
보편 복지·노동 정책 재설계를


오히려 문제는 분배와 복지다. 예를 들어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그동안 8시간이 걸렸다가 기계화에 따라 4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면 기업들이 일자리 총량을 줄여버릴 수 있다. 그럴 경우 노동자들은 타격을 입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수량적 노동인구가 생산력에서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성과를 배분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분배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오 위원장은 “1차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 분배가 필요하고, 2차적으로는 중심부의 노동자들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실업자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사회수당 등의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쉽게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까. 오 위원장은 “미래엔 경제를 위해서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에 어느 정도 의존하려면 대다수 인구에 소비여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재 대표 역시 “지금처럼 65세를 기준으로 잘라 그 이전까지는 복지가 거의 없다가 65세부터 연금수령이 시작되니 ‘등산이나 다니라’고 권유하는 식의 정책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구구조에선 보편적 복지정책과 노동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이주민에 빗장 건 한국…앞으로도?

기술이 진보해도 ‘노동력 인구’의 문제가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자 비중이 커지면 강도 높은 체력이 요구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3D 업종의 인력난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 노인이 많아질수록 간병인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대안이 이민자 유입의 확대다. 경제적 이유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은 주로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령화 속도를 늦춰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였던 호주, 캐나다, 미국, 독일, 스페인에선 그렇지 않았던 일본에 비해 고령화가 완만하게 진행됐다. 특히 독일은 1990년대엔 일본보다 고령화가 더 심각했으나, 이후 20여년간 이민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인 이후 고령화 속도를 늦췄다. 1990년 독일의 이주민 비중은 전체 인구의 7.51%였는데, 2015년에는 14.8%에 이르렀다. 스페인도 일본보다 노년부양비(생산가능인구 100명 대비 고령자 인구수) 규모가 컸다. 하지만 25년간 이주민 비중이 6배 늘었고, 2015년 노년부양비는 일본보다 낮은 28명이다(한국은행 2017년 보고서). 대규모 이주민 유입이 이들 국가의 노인 부양 ‘부담’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주민에게 폐쇄적인 국가다.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정주민’이 되는 건 쉽지 않다. 영주권을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이들은 이른바 고급인력들뿐이다.

◆이민자에 적대적이던 일본, 초고령사회 이후 “일본어 못해도 오라”

터키 출신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해체공사 전문가 카르타르 바틴은 일본어를 능숙히 구사한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박철현 제공

터키 출신으로 일본에서 일하는 해체공사 전문가 카르타르 바틴은 일본어를 능숙히 구사한다.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은 이주민을 적극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박철현 제공

1980년대 민족 강조했지만
인구 줄며 폐쇄주의 사라져
“신속한 이민 시스템 구축”
아베 총리 2016년 선언

이민자 더 많이 받아들인
호주·캐나다·미국·독일 등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 더뎌

애초 외국인 노동자를 받을 때부터 한국은 이들의 정주화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을 설계했다. 현재의 고용허가제는 3년간 특정사업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업장 변경은 사업주의 폭행, 상습폭언, 임금체불 등을 정부가 인정한 경우에만 3회 가능하다. 그러나 입증이 쉽지 않아 합법적 이동이 어렵다.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는 한겨레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은 현재의 노르웨이·스웨덴처럼 외국계 인구가 총인구의 17~18%를 구성하는 이민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는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자가 많은 나라’가 멀게 느껴진다면 초고령사회 ‘선배’ 국가인 일본을 참고할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이민자에게 적대적인 국가였다. 1980년대엔 근면, 성실 등 일본 민족 특성 때문에 경제대국이 됐다는 내용의 ‘니혼진론’이 유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폐쇄주의는 사라졌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이후엔 이주민에 개방적인 나라가 되려 힘쓰고 있다.

일본이 이민정책 변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시점은 2016년 즈음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는 그해에 “세상에서 가장 신속한 이민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심지어 요즘 일본은 ‘일본어 못해도 일하러 오라’고 손짓한다. 전문·기술직을 우대했던 그동안과는 달리 단순노동 분야에서도 취업문을 활짝 열기로 했는데, 일본은 이들에게 “300시간 학습하면 도달할 수준”의 쉬운 일본어 시험을 치르게 할 예정이다. 건설, 농업 분야에선 기준을 더 낮췄다. 일본어로 “제초제를 갖고 와 달라”는 말을 듣고 알아맞히는 사진을 고를 수 있으면 된다.

그 결과 일본 사회의 풍경은 꽤 달라지고 있다. 일본에서 17년째 살고 있는 칼럼니스트 박철현씨는 “산업폐기물과 일반쓰레기 처리업에서 일본인을 본 적은 거의 없고 공사장 인부, 빌딩 관리도 점점 외국인이 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외국인과 타 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사회는 융성하고 폐쇄적인 사회는 쇠락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이민자 권리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발언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펴낸 ‘다문화 사회 정착과 이민정책’의 한 대목이다. 이 보고서는 다문화·다인종 국가일수록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지식기반산업, 첨단산업을 일궈가는 데 더 유리하다는 것을 기존의 연구들을 근거로 주장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 가운데 절반은 이민자가 창업했다고 한다. 당장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이주민 정책은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얘기다.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인구감소는 분명 ‘충격’에 가까운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적응만 잘한다면 재앙은 아니다. 대응책을 생각해보는 것도 실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무작정 공포스러운 미래를 그린 후 ‘출산’을 강조하는 지금의 인구 지상주의식 공론화는 다양한 상상을 위축시킨다. 인구가 감소해도 꽤 괜찮은 미래, 어쩌면 지금 우리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고 논의하느냐에 달렸다.

◆시대 따라 구호 달라진 대한민국 인구 캠페인

[커버스토리]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커버스토리]인구 줄면 경제 망할까? 100년 전부터 ‘사멸’ 걱정한 독일을 보라


출산율에 따라 국가의 인구 캠페인 기조는 급격히 바뀌었다. 1970년대에는 ‘두 자녀’(위 사진 첫번째), 80년대에는 ‘한 자녀’(두번째)를 강조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출산율 제고가 관건이었다. 한 백화점이 개최한 출산장려 캠페인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한반도 지도 모양 조형물 위에 올랐다(세번째). 2015년 한국생산성본부가 출산장려 공모전 수상작으로 선정한 포스터는 ‘외동이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아래 사진). 경향신문 자료사진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