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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 국내 이통사들이 아이폰 출시를 달가워하지 않은 이유

2019.11.25 00:00 입력 2019.11.25 00:04 수정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2009년 12월1일, 서울 종로의 KT 대리점에 출입문 양쪽 옆과 위로 애플 아이폰 포스터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윤중기자

2009년 12월1일, 서울 종로의 KT 대리점에 출입문 양쪽 옆과 위로 애플 아이폰 포스터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강윤중기자

■2009년 11월25일 태풍 ‘아이폰’ 국내 통신시장 변혁 몰고오나

“작고 ‘평범한’ 스마트폰 하나에 한국 통신시장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기득권에 안주해온 통신사와 제조사들은 ‘흙탕물 흐려놓는 미꾸라지’ 정도로 치부해왔지만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엔 늦었다”

‘무게 135g, 두께 12.3㎜짜리’로 소개된 ‘이것’은 미국 애플사가 2009년 한국에 출시한 아이폰입니다.

10년 전 경향신문에는 아이폰의 국내 첫 출시를 앞두고 술렁이던 통신시장 상황을 전하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통신시장에서 아이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왜 국내 통신사들은 아이폰을 ‘흙탕물 흐려놓는 미꾸라지’라고 했을까요? 살펴보시죠.

2009년 11월25일자 경향신문 15면.

2009년 11월25일자 경향신문 15면.

아이폰의 국내 공식 판매가 시작된 것은 2009년 11월 28일이었습니다. 당시 아이폰은 KT와 손잡고 아이폰 3G, 아이폰 3GS를 출시했는데요, 출시 전부터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KT는 아이폰 공식 판매 시작전에 이미 2만7000대의 예약판매 실적을 올렸습니다. 당시 가장 인기있었던 삼성전자의 SPH W5000 모델이 하루 평균 2200대 판매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선전한 셈입니다.

이른바 ’다음달 폰’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올만큼 판매가 늦어지면서 대기수요가 폭발한 영향도 있었지만, ‘아이폰 열풍’은 당시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독과점해온 왜곡된 내수시장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습니다.

아이폰에 열광케 한 상징적인 기능은 바로 무선랜인 ‘와이파이(Wi-Fi)’였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기능이지만 아이폰 출시 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SK텔레콤·KT·LG텔레콤이 테이터 접속료로 수익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조원을 들여 3G망을 깔아 놓은 이동통신사에게 와이파이는 자사망의 데이터 트래픽을 감소시켜 수익을 침해하는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통신사들은 자사 3G망을 통한 인터넷 접속으로 벌어들이는 데이터 통신 수익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고, 삼성과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도 수출용에 있는 와이파이 기능을, 국내 판매 제품에는 뺀 채 내놓았습니다. 삼성의 햅틱 아몰레드 등 당시 국내에 출시된 최신형 휴대전화에는 모두 와이파이 기능이 빠져 있어 논란이 되기도 했었죠.

아이폰이 도입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될수록 무선랜이 대세로 굳어질 것이 자명했습니다. 그동안 데이터 장사로 큰 수익을 올리던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국내 이통사들은 애플이 한국에 출시할 아이폰에 와이파이 기능을 제거할 것을 원했지만 “한국만 예외로 할 순 없다”는 것이 애플의 입장이었습니다.

애플이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한 채 아이폰 국내 출시를 고집하자 이통사들은 그제서야 무선인터넷 서비스와 요금인하 준비에 돌입합니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이듬해 상반기 무선랜이 가능한 일반 휴대전화를 선보이기로 합니다.

이통사들의 폐쇄적인 데이터 통신 전략을 수수방관해온 정부조차 “무선인터넷 개방은 대세”라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자 이전까지 소비자들의 데이터 요금 인하 요구에도 꿈쩍 않던 이통사들은 부랴부랴 요금인하 경쟁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세계 각국은 이미 통신비 인하와 무선 서비스 증설, 무선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투자와 신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통신사업 주체들이 시장의 혼란을 자초한 셈입니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들떠 있던 국내 IT 업계의 ‘쇄국정책’이 아이폰 하나에 모두 무너졌다”며 “진작 국내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준비했어야 하지만 아이폰을 계기로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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