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2학기 기말고사 다 찍고 잤어요”…3학년 2학기의 의미

2019.11.25 17:02 입력 2019.11.26 15:46 수정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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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찍고 잤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지난주, 일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또 하나의 시험이 치러졌다. 고등학교 3년을 마무리하는 시험, 3학년 2학기 기말고사였다. 이연주양(18)이 다니는 경기도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지난 1주일 동안 기말고사가 치러졌다. 이양은 수시 교과전형을 지원할 만큼 내신 성적을 열심히 관리했지만, 이번 기말고사는 “다 찍고 잤다.” 이양뿐 아니라 반 친구들 대부분이 시험 문제를 읽지도 않고 책상에 엎드려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고3 2학기 기말고사는 말 그대로 ‘쓸데없는 시험’이다. 대학 입시에서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반영하는 학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고3 재학생은 수시 모집에서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된다. 졸업생의 경우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수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있지만, 재수생들은 대부분 수능 성적만 100% 반영하는 정시를 선호한다. 서울 신도고 김창수 과학교사는 “학생들이 OMR 카드 답안을 한 번호로 죽 긋고 말아버리니 평균 60점은 나오던 과목들이 확 떨어져서 30점까지도 내려간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들은 중등교육이 대학 입시에 종속된 현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고3 2학기라고 말한다. 안혜정 서울 휘봉고 교사는 “기말고사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3학년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2학기가 되면 수시 쓰는 학생들은 면접 본다고 수업을 안 듣고, 정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습하러 독서실에 간다”면서 “2학기에 진도를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서 기말고사는 1학기에 배운 내용으로 시험을 다시 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교사는 “지금은 대입 학교생활기록부 마감 기준일이 8월31일라 그 이후에는 학교에 안 나와버리는 학생들도 있다”며 “출결이라도 11월말까지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을 치른 류모양(18)에게도 2학기 교실은 교실이라기보다 ‘자습실’이었다. 정시 위주로 대입을 준비한 류양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은 물론 수업 시간도 모두 자습시간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류양은 “심한 친구들은 선생님이 계신 수업 시간에도 뒤에서 이어폰을 끼고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많을 땐 반 친구들 30%가량이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면서 “선생님들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류양의 학교는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수능 전에 3학년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연달아 치르도록 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모든 답을 한 줄로 찍고 자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류양은 “심지어 한 과목에서 문제 오류가 났는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선생님께서 발견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실 붕괴를 완화하기 위해 정시·수시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대입제도개선연구단 2차 발표’에서 정시·수시 통합을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고등학교 교사 조합원 24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84.8%(복수 응답)가 정시·수시 통합을 꼽았다. 전교조는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을 떠나 그 자체로 완결된 의미를 가져야 하는데, 수시 모집이 시작되고 3학년 교실은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라며 “정시·수시를 통합해 수능 이후 11월부터 전형을 선택하게 하는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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