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최초 사망자가 인민재판으로 죽었다는 극우 유튜버

2020.05.30 14:48

[언더그라운드.넷]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계엄군이 왜 가만히 있는 시민을 사이코패스처럼 두들겨 패서 사망하게 했겠습니까. 말이 안 되잖아?”

극우 성향 유튜버 배인규씨(30)가 지난 5월 19일에 올린 영상과 함께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이 올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영상에서 시민군의 공격으로 숨진 경찰이 5·18 당시 발생한 최초 사망자라고 주장했다.

가짜뉴스 팩트체크 유튜버 헬마우스팀이 “5·18 첫 사망자는 경찰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시민 김경철씨(24)”라고 반박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5·18 최초 사망자가 인민재판으로 죽었다는 극우 유튜버

5·18 최초 사망자가 인민재판으로 죽었다는 극우 유튜버

극우성향 유튜버 ‘왕자’는 지난 5월 19일 올린 ‘5.18의 진실?’이라는 영상에서 5.18 첫 사망자 김경철씨의 사망원인이 “계엄군에 의한 구타”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극우성향 유튜버 ‘왕자’는 지난 5월 19일 올린 ‘5.18의 진실?’이라는 영상에서 5.18 첫 사망자 김경철씨의 사망원인이 “계엄군에 의한 구타”라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캡처

그러면 배씨는 김경철씨가 어떻게 죽었다고 하는 걸까.

그는 “김씨의 검시보고서에는 계엄군에게 맞아죽었다는 내용이 없다”며 얼마 전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문서에 김씨의 사망 원인이 적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증거라고 제시한 CIA 문서엔 ‘온건파 시민위원회는 주도권을 상실했으며, 극렬분자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판단됨. 인민재판이 열리고 있으며 몇몇이 처형되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니까 김씨가 사망한 것이 계엄군의 구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을 열어 죽이고 계엄군의 소행으로 둘러댔다는 것이다.

엉터리 주장이다. 그가 인용하는 CIA 문서의 바로 뒷부분엔 ‘당시 계엄사 측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문건이 묘사하는 상황은 10여 일의 항쟁 기간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계엄군 진압을 앞두고 ‘도청사수’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협상을 주장하는 온건파의 대립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논쟁은 있었지만 인민재판 같은 것은 없었고, 처형당한 사람도 없었다. 진압을 정당화하려는 신군부 측의 흑색선전이다.

김경철씨는 1980년 5월 18일 첫날 오후 계엄군의 구타로 이튿날 새벽 3시쯤 사망했다.

허위사실이기도 하지만 유튜버 배씨 주장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한다. 법정으로 가면 민형사상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TV를 보니 사람이 하나 죽었는데 김항렬이라고 병원에 있다고 나와요. 우리 ‘애기’와 이름이 달라서 아닌갑다 했는데….”

지난 5월 27일 통화한 김씨의 어머니 임금단씨(89)의 말이다.

임씨는 40년 전 가슴에 묻은 아들을 아직도 ‘우리 애기’로 부르고 있었다.

적십자병원에 와서 시신을 확인하라는 첫 연락을 받았을 때도 설마했지만, 다시 시신이 옮겨진 국군통합병원을 찾아갈 때까지도 죽은 사람이 이제 막 백일 된 딸을 둔 아들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했다.

임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도 유족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는데 왜곡된 주장이 나올 때마다 가슴에 부아가 치밀어 오릅니다. 재판장에서 지만원이 이북에서 6백명이 넘어왔다고 주장해 가슴에 천불이 일어 ‘우리에겐 말할 기회를 안주냐’라고 항의했어요. 직원들이 유족들을 바깥으로 끌어내 그 자리에서 말 한자리 못한게 지금도 한으로 남아있어요.”

40년이 지났지만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은 많지만 역사적 진실규명이 끝난 사안까지 왜곡주장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며 “해당 영상을 면밀히 검토해 유족 당사자들과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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