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집 잃은, 집 나간 야옹이···‘옥 탐정’ 레이더엔 다 잡힌다

2020.09.29 08:00 입력 2020.09.29 16:23 수정

고양이 탐정 옥수철씨가 지난 11일 춘천에 마련한 ‘고양이 쉼터’에서 구조한 지 3일 된 새끼 고양이를 안은 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고양이 탐정 옥수철씨가 지난 11일 춘천에 마련한 ‘고양이 쉼터’에서 구조한 지 3일 된 새끼 고양이를 안은 채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아파트 현관에 설치된 중문을 열자 회색 털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한 마리 뿐인가. 집안 곳곳 놓인 사료 그릇과 고양이 화장실이 눈에 들어온다. 안방과 작은방엔 캣타워, 베란다엔 ‘숨숨집(고양이 전용 은신 공간)’을 뒀다. 이 아파트는 옥수철씨(49)가 마련한 ‘고양이 전용 쉼터’다. 53㎡(약 16평) 면적의 공간에 19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옥씨가 작은방에 들어가 새끼 고양이 2마리를 꺼내 안았다. “3일 전 어미가 버리고 간 걸 구조해서 데려왔어요.”

지난 11일 춘천의 옥씨 아파트에서 인터뷰할 때 회색 털의 ‘오로라’가 오갔다. 30여 분이 지나자 두 마리가 더 모습을 드러냈다. 나머지 16마리는 만나지 못했다. 옥씨가 말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숨죠. 길에서 병들고 다쳐서 구조된 아이들이다 보니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많아요.”

옥씨는 고양이 탐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2002)의 구절이 떠오른다.

“날이 저물면 나카타 상은 의뢰인의 집에 들러서 그날의 수색 결과를 구두로 보고했다. 행방불명이 된 고양이를 찾기 위해 어떤 정보를 얻었고, 어디에 가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나카타 상은 가출한 고양이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아 생활한다. 사람들은 그를 ‘고양이 탐정’이라 불렀다.

춘천에 위치한 3㎡(약 16평) 면적의 아파트는 사람 대신 고양이가 산다. 옥수철씨가 고양이 탐정 활동을 하며 구조한 길고양이들이 안방에 마련된 캣타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춘천에 위치한 3㎡(약 16평) 면적의 아파트는 사람 대신 고양이가 산다. 옥수철씨가 고양이 탐정 활동을 하며 구조한 길고양이들이 안방에 마련된 캣타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전국에 약 10명…‘고양이 탐정’을 아십니까

고양이 탐정은 한국에서도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에겐 낯익은 직업이다. 1세대 김봉규씨를 비롯해 전국에서 약 10명이 고양이 탐정으로 일한다. 옥씨도 그중 한 명이다. 별명은 ‘옥 탐정’.

옥씨는 가수 장재인(29)의 반려묘를 찾아주면서 화제가 됐다. 탐정으로 일한 지 10년. 집으로 돌려보낸 고양이만 2000마리가 훌쩍 넘는다. 지금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탐정 중 한 명이다. 열정이 더 넘치던 활동 초기엔 광주, 울산, 대구를 돌며 하루 6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했다. 자동차 기름값으로 한 달 300만원 넘게 쓰던 시절이다.

1시간30분의 인터뷰 시간 6통의 전화가 왔다. 모두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 전화였다. 지역도 서울, 대전, 울산, 성남 등 다양했다.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부재중 전화가 50건 이상이라고 했다.

“우째 잃어버렸습니까?” 전화를 받은 옥씨가 진한 부산 사투리로 물었다. 대답에 따라 수색 방법이 달라진다. “창문으로 나가면 화단에 떨어져 다쳤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창문 아래 화단 쪽을 먼저 살펴요. 현관문으로 나갔을 땐 꼭대기층부터 시작해 건물 안을 살피죠.” 여름철 손을 쓸 줄 아는 고양이가 ‘가출’하는 가장 흔한 경로는 창문이다.

고양이 산책이 유행처럼 번지며 산이나 공원으로 도망가는 사례도 늘었다. 옥씨는 “산은 집고양이에겐 최악의 거주지”라고 말했다. “사료를 먹고 자란 집고양이는 산에 가면 먹을 게 없어요. 본능으로 작은 새나 곤충을 사냥할 때도 있지만 먹지는 않죠. 산에 풀어놓으면 쥐를 잡아먹고 산다?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대부분이 죽어요.”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고양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어미가 있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옥수철씨는 “어미 있는 새끼 고양이 ‘냥줍’(고양이 줍기)은 납치”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최근 유튜브와 SNS에서 고양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어미가 있는 새끼 고양이를 데려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옥수철씨는 “어미 있는 새끼 고양이 ‘냥줍’(고양이 줍기)은 납치”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품종도 중요한 정보다. “페르시안 같은 장모 품종묘들은 성격적으로 소심한데다 다리가 선천적으로 짧아서 멀리 가지 못해요. 예상 가능한 장소에 숨은 경우가 많죠. 상대적으로 찾기 쉬워요. 반면에 ‘코숏’이라고 하죠. 한국 고양이들은 찾기 쉽지 않아요. 털이나 발자국이 남아도 길고양이와 구분되지 않거든요.”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전단을 만들어 뿌리곤 한다. 전단을 만드는 데도 요령이 있다. 옥씨는 “사진을 무조건 크게”라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에 고양이 이름부터 나이, 성격까지 빼곡 적는데, 이러면 광고 전단과 구분이 안 돼요. A4 용지 크기에 고양이 사진을 2분의 1 또는 3분의 2 크기로 넣으세요. 그래야 눈에 잘 띄고 인상에 남아요. 사진 밑에 전화번호랑 사례금 정도만 간단히 적으세요.”

옥씨는 사례금도 아무렇게 적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금액이 지나치게 크면 안 돼요. 돈을 많이 주면 열심히 찾아주진 않을까 생각해 50만원 이상 주겠다고 하는 분들 있어요. 이거 안 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흥정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실제로 100만원까지 더 달라고 하는 경우도 봤죠. 10만원에서 20만원 정도 사이가 딱 적당해요.”

119에 신고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다. 소방당국이 2018년 2월부터 단순 동물구조 신고는 거절할 수 있도록 출동기준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동물구조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이 소방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현재는 ‘동물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출동한다. 고양이 탐정 수요가 급증한 데는 반려인구 증가와 더불어 동물 구조 인력 공백이 자리한 셈이다.

옥수철씨가 자신의 시그니처인 ‘구조복’을 입고 고양이 구조에 쓰이는 도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옥수철씨가 자신의 시그니처인 ‘구조복’을 입고 고양이 구조에 쓰이는 도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옥 사무장’에서 ‘옥 탐정’으로…전직 10년, 2000여마리 가족 품에

옥씨는 29살 때부터 10년간은 ‘옥 탐정’이 아닌 ‘옥 사무장’으로 불렸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었다. 주로 소송 당사자들 간 합의를 끌어내는 업무를 맡았다. 직장을 구한 뒤 혼자 살던 옥씨에게 첫 반려묘 ‘오보에’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런 오보에가 갑자기 사라졌다. 옥씨는 망연자실했다. 경매 입찰 건으로 법원을 가야 하는 날 7시간 동안 고양이만 찾아다녔다. 결국 오보에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다. 사무실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뒤였다. “그때 알았죠. 반려동물 잃어버리는 건 가족 잃어버리는 거랑 똑같구나.”

이후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 직장을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다른 사람의 고양이를 찾아다녔다. 옥씨는 “고마워하는 반려인들을 보니 뿌듯했다. 주객이 전도돼 6개월 뒤에 직장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고양이 탐정이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2010년이다. 걱정할까 봐 가족에겐 숨겼다. 가족은 2014년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옥씨 모습을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오보에는 10살이던 3년 전 ‘고양이별’로 떠났다.

옥 탐정의 시그니처는 ‘구조복’이다. 옅은 황토색 점퍼 앞뒤, 팔뚝에 ‘고양이 탐정’이란 문구를 빨간 글씨로 큼지막하게 새겼다. 여름용 2벌, 겨울용 2벌 제작해 365일 돌려가며 입는다. “처음 2~3개월은 일상복을 입고 일했는데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더라고요. 처음 보는 남자가 주택가를 서성이니 당연한 거죠.” 구조복은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고양이를 임시로 데리고 있던 사람이 ‘고양이 찾냐’며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요.”

옥수철씨는 활동 초기 광주, 울산, 대구를 돌며 하루 6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했다. 자동차 기름값으로 한 달 300만원 넘게 쓰던 시절이다. 그의 차량에 설치된 고양이 모형의 장난감.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옥수철씨는 활동 초기 광주, 울산, 대구를 돌며 하루 6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했다. 자동차 기름값으로 한 달 300만원 넘게 쓰던 시절이다. 그의 차량에 설치된 고양이 모형의 장난감.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의뢰 비용은 옥씨가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비례한다. 그가 사는 부산 일대는 15만원, 서울·경기 지역은 20만원이다. 고양이를 찾으면 사례금 20만원이 추가된다. “의뢰비를 공개하는 데 거리낄 것이 없다”는 옥씨는 “어떤 사람들은 저를 보고 쉽게 번다고 하지만 저와 고양이의 목숨값이에요. 결코 비싸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목숨값’이란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고양이 구조를 위해 울산 신불산에서 한 달을 생활한 적도 있었다. 자동차를 집 삼아 전투식량을 먹으면서 지냈다. 4년 전 당시를 떠올리는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여자친구 고양이를 남자친구가 산에 버렸던 경우죠. 세 마리 중 결국 두 마리밖에 못 찾았어요.”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로 공개하는 구조 과정엔 배수로, 건물 사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흙투성이가 된 옥씨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옥씨는 더러운 배수로보다 사람 상대하는 일이 더 힘들다고 했다. 그는 버려지거나 학대당한 고양이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에게 화가 난 표정이었다. 그는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을 안 믿게 됐다”고 했다. 가족이나 지인의 고양이를 유기하거나 죽인 뒤 ‘잃어버렸다’면서 구조를 의뢰하는 사례가 많았다. 옥씨는 일부 사례를 공론화시키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반려인이 가해자와 합의를 하며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옥수철씨는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전단을 만드는 데도 요령이 있다며 첫 번째 조건으로 “사진을 무조건 크게”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옥수철씨는 고양이를 잃어버렸을 경우 전단을 만드는 데도 요령이 있다며 첫 번째 조건으로 “사진을 무조건 크게”라고 말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고양이 인식 변화 체감…고양이 행복지수는 ‘50점’

최근 가수 겸 작곡가 돈 스파이크(43·본명 김민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발언을 했다 곤욕을 치뤘다. 고양이 혐오 논란으로 번졌고, 논란은 두 차례 사과로 일단락됐다. 과거 ‘도둑’과 같은 부정적 단어가 따라붙던 고양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시한 ‘2019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총 591만 가구(추산)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2018년(511만 가구) 대비 80만 가구가 증가했다. 개는 495만 가구에서 598만 마리를, 고양이는 19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견 수가 반려묘 수보다 2배 많지만, 개는 91만 마리, 고양이는 130만 마리 증가해 전년 대비 증가율은 고양이가 높다.

옥씨는 고양이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몸소 느꼈다고 했다. “미디어 영향이 컸어요. 저만 보면 ‘고양이를 잡아가라, 죽여달라’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거의 없어요. 싫어할 순 있어도 학대하거나 죽이면 안 된다는 인식은 공유된 것 같아요.” 그는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고양이를 좋아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고양이를 무서워할 수 있어요. 쓰레기를 뒤지는 등 동네 미관을 해치니 싫어할 수도 있죠. 이런 분들은 잘못된 게 아니에요. 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들이 좀 더 친절히 설명하고 이해시켜야겠죠. 사료를 줘야 고양이들이 주변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고 동네가 청결하게 유지된다고요. 변 냄새도 줄죠. 고양이에 대한 불호를 존중하되 고양이 밥을 주면서 일대를 깨끗하게 관리하겠다며 설득하셔야 해요.”

옥수철씨는 집고양이 구조 외에도 다치거나 병든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살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옥씨는 ‘대한민국 고양이 행복지수’를 묻자 “50점”이라고 답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옥수철씨는 집고양이 구조 외에도 다치거나 병든 길고양이를 구조해 보살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옥씨는 ‘대한민국 고양이 행복지수’를 묻자 “50점”이라고 답했다. 우철훈 선임기자

옥씨에게 ‘대한민국 고양이 행복지수’를 묻자 “50점”이라 답한다. “한국사회는 동물에게 여전히 가혹해요. 지자체·정부 정책도 구멍이 많고요. 동물 학대 처벌도 너무 가볍죠. 민간에서 고양이를 돌보는 건 한계가 있어요. 정말로 임계치에 다다랐다고 생각해요. 고양이들은 계속해서 버려지고, 이들을 돌보는 사람은 한정돼 있어요.”

옥씨는 집고양이를 찾는 일만 하지 않는다. 길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한다. 춘천 전용 쉼터 말고도 부산 집과 춘천 동료 탐정 집도 쉼터를 겸한다. 모두 41마리를 돌본다. 탐정 일을 하며 모은 돈 일부는 쉼터 전세금으로, 나머지는 동물병원 진료비와 약값, 사료비로 나간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 “고양이를 왜 좋아하세요?” 옥씨가 잠시 고민에 빠진 듯하더니 덤덤하게 답했다.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냥 고양이가 좋았어요. 측은지심이 들었다고 할까요.” 그는 “반려인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꼭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구조를 포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못 찾겠다’고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죠. 운명 같아요. 내일 죽는다 해도 오늘 고양이를 구조하다 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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