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기관 인력 부족, 제 역할 못해…‘입양 절차’도 개선을

2021.01.04 21:00 입력 2021.01.04 22:11 수정

학대 신고 이후 경찰 출동해도 ‘겉핥기 조사’로 적발 어려워

“입양 결연, 공공이 책임져야” 주장도…13일 양부모 첫 재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의 한 공원묘지에 추모 메시지와 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양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의 한 공원묘지에 추모 메시지와 꽃 등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는 수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도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지난해 서울 양천구 목동 병원에서 사망한 생후 16개월 아동 정인양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됐다. 지난해 ‘양천 아동학대 사건’으로도 불렸던 이 사건은 아동학대 조사 과정의 제도적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정인양은 생후 7개월 무렵이던 지난해 1월 30대 부부에게 입양됐다. 입양 절차는 민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가 맡았다.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양부모 직업 등이 공개되며 해당 입양 가정이 중산층이란 사실이 알려졌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중산층 가정은 사회복지사나 지역아동센터 등의 지원을 받는 빈곤 가정보다 아동학대 행위가 더 은폐되기 쉽다”고 말했다.

정인양은 지난해 10월 장기 파열 등으로 병원에 이송돼 세 번의 심정지 끝에 사망했다. 문제는 사망 전 학대 의심 신고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양천경찰서에 접수됐지만 국가기관의 아동보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번째는 온몸에 난 멍을 발견한 어린이집의 신고, 두 번째는 정인양이 차에 혼자 있는 모습을 본 이웃의 신고, 세 번째는 정인양을 진료한 소아과 원장의 신고였다.

경찰은 모두 내사 종결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초동 조사 문제가 드러났다. 2014년 아동복지법 개정과 함께 아동학대 신고 전화가 112로 통합됐다. 경찰은 사건이 접수되면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동행을 요구할 수 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 부족으로 경찰이 먼저 조사에 착수한 뒤 사건 처리 결과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사건도 사건 처리를 놓고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중 하나인 세이브더칠드런의 고우현 권리옹호부 매니저는 “증거 여부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지를 우선 살피는 경찰 조사는 학대 조사에서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사후적으로 찾아가더라도 그때는 이미 학대 정황이 사라진 경우가 많아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소아과 의사가 정인양의 허벅지 안쪽 멍을 보고 학대를 의심해 한 3차 신고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른 소아과에서 받은 2차 소견에서 학대 의심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경찰은 논란이 되자 지난달 4일 양천서 수사팀장과 학대예방경찰관 등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정부는 올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현재 68곳에서 81곳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부실한 입양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민간 기관이 전담하는 입양 결연에 대해 “모든 아이의 인권 보장 출발점은 출생 등록부터 입양 등 전 과정을 국가가 책임지게 하는 것”이라며 “입양 결연을 공공이 책임지게 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폐기됐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에는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21대 국회에는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홀트아동복지회가 진행한 정인양의 입양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달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양모 A씨를 구속 기소하고 남편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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