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출산 정부가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 최선일까?

2021.05.20 17:03 입력 2021.05.20 20:34 수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국내입양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0개 단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호출산특별법 즉각 철회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국내입양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0개 단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호출산특별법 즉각 철회하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익명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보호출산특별법)’ 입법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갓난아기를 시설에 맡기는 ‘베이비박스’의 대안으로 보호출산제 도입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이 제도 도입 시 되레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보호출산특별법안이 오는 21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영아 유기 발생 건수는 총 1272건으로, 2014년 41건에서 2018년 183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또 베이비박스 운영을 두고도 ‘병원 밖 출산’으로 아동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보호출산제 도입은 이처럼 영아 유기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회 논의를 앞둔 보호출산특별법안은 자녀를 낳은 친모가 입양 의사 피력 시 지방자치단체에 자녀를 인도하고, 의료기관은 임산부 신원을 비식별화(익명화)함으로써 비밀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호출산을 선택한 임산부는 정부 지원을 받아 의료기관에서 검진을 받고 출산을 할 수 있다. 경제적·사회적 곤경 등을 이유로 출산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보호하고 태아에게 안전한 양육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 제도가 임신갈등 상황에 있는 임산부들에게 양육 포기나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부모 동의가 없으면 아동이 성장해도 누가 낳아준 부모인지 알기 어려운 점도 논란거리다. 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이 성년에 도달해도 친부모 동의를 받아야만 출생증명서를 볼 수 있다. 이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알 권리를 아동의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도 배치된다.

2014년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독일은 영아 유기가 매년 30여건씩 감소하는 등 일부 효과를 보고 있다. 독일 전역에 임신갈등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는 1000여개의 상담소가 설치되는 등 인프라 구축이 신속하게 이뤄진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다만 독일은 친모 동의가 있을 때만 가족 정보를 공개토록 한 ‘익명출산제’를 운영 중인 프랑스와 달리 친모가 공개를 거부해도 법원 판결로 관련 정보 공개가 가능한 ‘신뢰출산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국내입양인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10개 단체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호출산특별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아이의 출생 사실을 부모가 신고하는 게 아니라 분만 병원이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이진혜 변호사는 “지금은 ‘출생통보제’를 신속히 도입해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부모의 지위나 국적과 무관하게 출생등록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아동이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 없이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면 익명출산이 ‘최후의 수단’이 아닌 ‘유일한 수단’으로 기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출산 정부가 돕는 ‘보호출산제’ 도입, 최선일까?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