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근골격계 질환"…서울대 생협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2021.10.08 14:46

서울대 생협 식당의 배식대 모습. 연구소는 생협 식당 4곳의 배식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이 배식할 때 어깨만큼 팔을 들고 올리는 자세를 수차례 반복하고, 허리와 목을 숙이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공

서울대 생협 식당의 배식대 모습. 연구소는 생협 식당 4곳의 배식대를 현장 조사한 결과 노동자들이 배식할 때 어깨만큼 팔을 들고 올리는 자세를 수차례 반복하고, 허리와 목을 숙이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제공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가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8일 발표한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 실태 조사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81.0%가 신체 부위별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했다. 통증 빈도가 월 1회 이상이거나 통증 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된 경우로, 이는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규정하는 근골격계 증상 기준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 84명 중 65.9%는 50대였고, 76.2%는 여성이었다.

연구소는 재료를 썰거나 배식하며 음식을 나를 때 어깨를 과도하게 사용하고, 무거운 밥솥을 옮기며 허리와 상체에 부담을 가하는 작업 특성을 질환의 원인으로 짚었다. 업무가 빠르게 걷는 수준이거나 100m 달리기 수준이라는 응답도 78.6%나 됐다.

또 응답자의 91.5%는 ‘거의 항상 서 있는 자세를 취한다’고 답했고, 83.0%는 ‘소음에 거의 항상 또는 자주 노출된다’고 답했다.

높은 노동강도에 비해 산업재해 신청율은 낮았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응답은 74.4%였고, 이 중 98.4%가 치료비를 본인이 부담했다고 답했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중요한 과제(복수 응답)로는 ‘인력 충원’(3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연구소는 생협 단체급식실 노동자 8명과의 면접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동자들은 빈번한 물리치료 뿐만 아니라, 하지정맥류가 발병해 틈틈히 ‘피를 빼주러’ 병원에 다닌다”며 “미끄럽고 울퉁불퉁해서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바닥에서 일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5~6월 서울대 학생회관 등 생협 식당 4곳에서 진행된 현장조사 결과 전처리와 설거지·조리·취사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었고, 일부 식당의 경우 설거지·배식을 하는 노동자와 조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완벽히 나뉘지 않았다. 연구소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지금처럼 여러 개의 근무 시간대를 두고 인원을 나눠 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근무시간 동안 충분한 인원이 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생협 노동자들은 지난 6일 임금체계 개편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하루 부분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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