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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가 '여성화장실 범죄자'?···대형전광판 혐오광고 논란

2021.11.24 15:42 입력 2021.11.24 16:22 수정 류인하 기자

트랜스여성이 여자화장실 출입 장면 노출

구 “혐오표현 해당…게시 중단 조치할 것”

서울 송파구청 맞은편 대우유토피아 건물에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 단체가 게시한 광고물이 노출되고 있다. 류인하 기자

A씨는 최근 한 대형 전광판에 걸린 광고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성의 탈을 쓴 성소수자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그림과 함께 ‘여성들이 위험해 집니다. 그래도 찬성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였다. A씨는 “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만 줄 수 있는 광고”라며 “관공서(송파구청) 바로 옆에 어떻게 이런 광고가 버젓이 나올 수 있는 건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전광판에 노출된 그림 속 성소수자는 통상 ‘MTF(Male to Female)’로 표현하는 ‘트랜스여성’이다. MTF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한 사람을 일컫는다. 반대말은 트랜스남성(FTM)이다.

24일 경향신문은 해당 광고가 게시되는 현장을 찾았다. 대형전광판은 송파구청 맞은편에 위치한 22층 높이 대우유토피아 빌딩에 설치돼 있었다. 차별금지법 통과를 반대하는 단체의 입장을 담은 광고물은 교육부·행정안전부·서울시 등 공공기관 광고 및 상업광고와 함께 7~8분 간격으로 노출되고 있었다. 해당 광고 바로 뒤에는 법무부의 디지털성범죄 경고 광고가 등장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관련한 광고물은 총 3개다. 가면을 쓴 성소수자가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MTF 장면이 담긴 광고 외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후 청소년 성전환 영국 3300%증가, 스웨덴 1500%증가. 그래도 찬성하시겠습니까?’ ‘차별금지법은 반대와 비판을 금지합니다. 그래도 찬성하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물도 잇달아 노출됐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언어·종교·성적지향·용모·직업조건 등 20여개 차별금지사유를 정하고, 모든 시민이 어떤 사유로든 차별받지 말자는 취지다. 이 법은 그러나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14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이 송파구 대우유토피아 건물 옥외광고판에 게시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광고물. 류인하 기자

해당 광고는 ‘진정한평등을바라며나쁜차별금지법을반대하는전국연합’(진평연)라는 단체가 게시했다. 진평연은 현재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24일 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차별금지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언론보도 대부분이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기사만 나갈 뿐 우리와 같은 반대 목소리를 담은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게시했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경우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성별을 ‘용납하기를 거부하는’ 국민들을 범법자로 만든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송파구는 그러나 이 같은 게시물이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만큼 게시중단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해당 대형전광판과 옥외광고물은 민간업체 소유로, 지자체가 사전에 모든 광고를 검토할 권한은 없지만, 사후 민원발생시 게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구의 설명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지자체는 광고 내용에 차별적 표현이나 인권침해 가능성이 있는 혐오표현이 있을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면서 “현재 해당 옥외광고물을 확인했으며, 명백히 차별적 혐오 표현이 담긴 게시물로 판단되므로 해당 옥외광고물 관리업체에 게시중단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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