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고통 반응까지 살펴야 한다니”···동물실험 반대하는 학생들

2021.12.02 14:52 입력 2021.12.02 15:40 수정

‘대학 동물실험 대안 모색’ 토론회

동물 ‘시료’ 아닌 ‘생명’으로 봐야

실험 거부·대안적 실험 보장 필요

지난 1일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대학 내 교육목적 동물실험의 현황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녹색법률센터 제공

지난 1일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대학 내 교육목적 동물실험의 현황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녹색법률센터 제공

“쥐를 50도로 달궈진 철판 위에 올려놓고, 진통제를 투약한 쥐의 고통 반응을 확인하는 ‘핫플레이트 실험’이 있어요. 학생들은 20분 동안 이 쥐가 몇 번의 점프를 하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저희는 20분 내내 쥐가 어떻게 고통받는지를 지켜봐야 했고, 자연스럽게 쥐를 꺼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교수님과 조교님이 보고 있는 실험 현장에서는 기계적으로 점프 횟수를 셀 수밖에 없었죠.”

지난 1일 녹색법률센터와 보건의료학생 ‘매듭’의 주관으로 서울시 NPO 지원센터에서 열린 ‘대학 내 교육목적 동물 실험의 현황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매듭 소속 진(활동명) 활동가는 “대규모로 동물 실험을 하는 학과 특성상 동물 실험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학생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립대 약학대학 졸업생인 A씨도 “항우울제의 효능을 확인하는 실험에서는 쥐에게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수조에 빠뜨린 뒤 언제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영을 계속하는지 실험한다”면서 “실험 전 동물 실험 윤리 교육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고, 불참 의사를 밝힐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보건의료계열 대학의 재학생들이 필수 교육과정인 ‘동물 실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실험대 위의 동물을 ‘시료’가 아닌 ‘생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을 학대하지 않을 권리를 뺏긴 학생들이 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매듭 소속 거니(활동명) 활동가는 “비인간 동물들이 실험 과정에서 시약 다루듯이 쉽게 사용되고, ‘학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과정에서의 동물 실험은 동물의 고통에 대한 윤리조차 논의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인들이 양성되는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동물 실험을 거부하거나 대안적 실험 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이탈리아는 의사, 연구원, 학생 및 의료 제공자가 동물을 포함하는 교육적 활동에 ‘양심적 거부권’을 행사해 동물을 이용하는 실험 연구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실험 연구에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 또한 명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물보호법 제23조는 동물실험을 할 때 실험이 덜 고통스럽도록 개선(Refinement)하고,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 수를 점차 감소(Reduction)시키며, 궁극적으로는 동물실험을 다른 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해야 한다는 ‘3R 원칙’을 명시한다. 그러나 국내 교육기관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동물의 희생을 줄이는 대체시험법을 촉진하기 위해 ‘대체 시험법 개발·보급·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서보라미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대표는 “중앙부처가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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