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 정부가 탈시설 적극 지원해야"

2022.01.27 13:59

"학대 반복되는 아동보호시설, 정부가 탈시설 적극 지원해야"

서울 은평구의 한 보육원에서 살다 퇴소한 A씨는 이 시설에서 일하던 보육교사 3명을 최근 고소했다. 교사들이 자신을 대걸레 자루로 폭행하거나 샤워장에 세워놓고 찬물을 뿌리는 등 끔찍한 학대를 가했다는 것이다. 고아권익연대는 지난 14일 이 보육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시설을 운영했던 법인이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을 해야 하고, 민관이 합동으로 아동학대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부모의 사망·양육능력 부족 등으로 국가의 보호를 요하는 ‘보호대상아동’이 매년 4000여명씩 발생한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시설에 입소해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A씨처럼 시설에서 학대와 인권침해를 당하거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스스로 자립할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A씨 같은 아동의 탈시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와 한국아동복지학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단법인 두루 등은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아동의 시설보호를 넘어, 변화를 위한 모색’ 토론회를 열고 아동 탈시설 정책이 지향할 방향을 논의했다.

아동 탈시설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흐름이다. 2019년 10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구체적인 탈시설 계획을 통해 아동의 시설보호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발제자로 참여한 정선욱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시설이 결국 보호아동의 보편적 욕구를 충족하는 길이 된다고 했다. 보호아동에겐 학대피해·장애 등 문제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다는 ‘특별한 욕구’와 안정감·소속감 등을 느끼고 싶다는 ‘보편적 욕구’가 있는데, 정부는 특별한 욕구에 대해서는 지원하지만 보편적 욕구에 관한 지원은 거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시설에서는 아침에 눈을 떠서 보호자와 인사를 하고 일과를 이야기하는 일상적 생활이 이뤄지기 어렵다”며 “아무리 예산을 투입해도 보호대상아동의 보편적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시설도 많이 변하긴 했지만 정부의 평가 결과를 봤을 때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특히 아이를 담당할 인적자원 부분에서 가장 점수가 낮고, 재정자원 등 예산 뒷받침도 취약하다” 고 말했다. 이어 “시설 내 학대도 계속 일어나고 그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있다”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탈시설을 위해 국가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예산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정우 경남종합사회복지관 박사는 “시설을 소규모화하거나 기능을 변화하는 탈시설 대책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의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동 당사자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설보호를 받다가 뛰쳐나와 주거 위기를 겪은 청소년 당사자 곰곰(가명)은 “시설이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주거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시도해봐야 한다”며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도와 복지현장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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